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는 2일 "지난날의 상처와 허물은 내가 모두 다 끌어안고 가겠다"며 "소원한 점이 있었다면 훌훌 털어버리고 새 지도부를 중심으로 하나가 돼 미래로 나아가자"고 당부했다.

강 대표는 전당대회를 하루 앞둔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이임 기자회견에서 "무엇보다 이번 전대는 당의 화합과 단결을 다지는 축제의 마당이 돼야 한다"면서 "그동안 치열했던 경선을 비롯해 공천 파동, 탈당과 복당 같은 논란과 갈등은 당의 화학적 결합을 막는 걸림돌이 돼 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국민의 큰 기대 속에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지 4개월 남짓 지났지만 변화와 개혁을 통해 대한민국 선진화를 이뤄내겠다는 큰 뜻을 펼쳐보기도 전에 난관에 부딪치고 말았다"며 "쇠고기 파동으로 촉발된 촛불집회가 그 취지와 양상이 변질되며 미래로 전진해야 할 우리의 앞길을 가로막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더 큰 문제는 정치의 중심에 서서 지혜를 모으고 해법을 찾아야 할 18대 국회가 한 달 넘게 원구성도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야당에 다시 한 번 호소한다.

거리의 촛불이 아니라 국회 의사당에 희망의 횃불을 켜 온 나라를 환히 밝히자"고 당부했다.

그는 특히 "저와 함께 며칠 간격으로 물러나게 될 통합민주당 손학규 대표에게 각별히 부탁드린다"면서 "마지막으로 나라와 국민을 위해 결단을 내려 달라. 우리가 꼬인 매듭을 풀고 간다면 이는 우리 정치가 새롭게 출발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민주당의 국회 등원을 촉구했다.

그는 "돌이켜보면 지난 2년은 우리 정치사에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간 가슴벅찬 성취와 보람의 시간이었다.

당이 깨질지 모른다는 우려를 불식하고 `아름다운 경선'을 성공시켰고 개인적으로는 공천 파동을 수습하고자 총선 불출마라는 고심의 결단을 내리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강 대표는 이어 "떠나는 사람이 말이 많으면 안 된다"면서 질의응답을 생략한 뒤 당사를 돌며 사무처 직원들과 이임 인사를 나눴다.

앞서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선 임기를 마치는 최고위원들이 마지막 감회를 밝혔다.

정형근 최고위원은 "어느 곳에서나 나라가 잘 되고 한나라당이 잘 될 수 있도록 열심히 돕겠다"고 말했고, 전재희 최고위원은 "시국이 어렵다 보니 그만두는 지도부의 한 사람으로서 착잡하고 죄송스럽다.

정권교체 과정에 지도부에 있었던 한 사람으로서 무한책임을 느끼고 백의종군의 마음으로 열심히 돕겠다"고 밝혔다.

김학원 최고위원은 "훌륭한 최고위원이 뽑혀 당과 국가를 위해 많은 헌신과 노력을 하고, 국부와 안정을 이뤄 달라"고 당부했고, 한 영 최고위원은 "초심으로 돌아가 호남에서 한나라당을 일구고 꽃을 피우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서울연합뉴스) 김경희 기자 kyungh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