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차 남미공동시장 정상회의 폐막..EU 불법이민자 규제 강화 맹비난

아르헨티나 북부 산 미겔 투쿠만 시에서 개최됐던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 정상회의가 이틀 일정을 마무리하고 1일 폐막했다.

각국 정상들은 폐막선언을 통해 전 세계적인 식량위기 확산으로 9억명의 기아인구를 발생시키고 있다면서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곡물 공급량 확대를 위한 국제기금 창설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정상들은 또 최근 유럽의회를 통과한 유럽연합(EU)의 불법이민자 억류 및 추방에 관한 규칙이 남미권 주민들의 인권을 크게 제약할 수 있다며 맹비난했다.

이와 함께 파라과이와 우루과이 등 블록 내 약소국의 경제력 불균형 해소 요구를 적극 수용해 메르코수르의 정치.경제.에너지.사회 통합을 강화하는데 노력하기로 했다.

이번 정상회의에서는 식량위기 문제가 단연 최대의 화두로 떠올랐다.

정상들은 특히 선진국들이 자국 농업 보호를 위해 실시하고 있는 농업보조금 지급 정책이 개도국 및 빈곤국의 곡물 생산 확대를 가로막으면서 식량위기를 가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차기 순번의장을 맡은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은 "식량위기의 원인을 개도국에 돌리는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지난달 3~5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식량안보 정상회의에서도 선진국의 농업보조금이 국제 곡물시장을 왜곡하고 있는 현실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전날 열린 메르코수르 각료회의에서 각국 외무.경제장관들은 세계무역기구(WTO)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의 연내 타결을 위한 미국 및 EU의 양보를 촉구하고 오는 2013년까지 농업보조금을 단계적으로 철폐할 것을 주장했다.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식량위기 타개 방안의 하나로 배럴당 100달러 이상으로 판매된 석유가격에서 배럴당 1달러씩을 모아 곡믈 생산 확대를 위한 기금을 조성하자고 제의해 눈길을 끌었다.

차베스 대통령은 "이 같은 제의가 받아들여진다면 베네수엘라는 지금 당장에라도 계획을 실천에 옮길 의향이 있다"면서 하루평균 280만 배럴의 석유를 수출하는 베네수엘라가 제공하는 기금 규모만 연간 9억2천만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베스 대통령은 이와 함께 미국 정부가 중남미.카리브 해역을 관할하는 제4함대를 창설하려는 계획을 비난하고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에 대해 함대 창설 의도를 명백하게 밝힐 것을 요구했다.

한편 메르코수르 정상들은 브라질 정부가 추진하는 에탄올 대량생산정책에 대해 우호적인 입장을 나타냈으며, 그동안 "에탄올 생산 확대가 기아인구를 확대할 것"이라는 견해를 밝혀온 차베스 대통령도 사탕수수를 원료로 하는 브라질산 에탄올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밝혔다.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fidelis21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