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급등으로 불황 속 물가 상승을 뜻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의 관심은 스태그플레이션 시기에 투자 유망한 종목들이 어떤 종목들이냐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증권업계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140달러를 돌파하고 기업들의 원가부담이 늘어나 글로벌 경제성장률이 둔화하는 점을 들어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올리거나 하락위험이 적은 종목들로 매기가 쏠릴 것으로 전망한다.

◇ 스태그플레이션 징후 뚜렷 = 스태그플레이션은 엄밀하게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제로(0)' 상태로 떨어지며 물가가 오르는 것으로 정의되지만 넓은 의미에서는 소비물가상승률이 GDP 성장률을 넘어서는 때로 해석되고 있다.

따라서 최근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를 넘고 GDP 성장률이 4%를 밑돌 것으로 전망되면서 스태그플레이션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은 올해 상반기의 전년 동기대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작년 12월에 예측했던 4.9%보다 높은 5.4%에 이르겠지만 하반기에는 당초 전망인 4.4% 보다 낮은 3.9%에 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은은 또 하반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당초 예상치인 3.1%에 비해 2.1%포인트 높은 5.2%에 달하고 연간으로는 4.8% 상승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 1일 통계청이 발표한 6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5.5% 급등했다.

소비자물가가 작년 동월 대비로 이처럼 높은 수준을 기록한 것은 1998년 11월(6.8%) 이후 9년7개월 만에 처음이다.

소비자물가는 올 들어 1월 3.9%, 2월 3.6%, 3월 3.9% 등 3%대 후반에 머물다 4월 4.1%, 5월에는 4.9%까지 치솟는 등 점차 상승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우리투자증권 김승현 연구원은 "원화약세로 물가가 상승하고 경기가 둔화하는 현상이 환란 당시와 비슷하며 스태그플레이션에 가까운 상황으로 진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에 유망업종은 = 대우증권에 따르면 1980년 이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GDP성장률을 웃돌아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으로 진입했던 때는 1997년 후반의 외환위기와 2차례의 `오일쇼크' 시기를 포함해 현재까지 6번 있었다.

재미있는 것은 이들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에서는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방어적인 업종의 매력이 높아져 보험, 음식료, 제약 업종이 시장 평균 대비 강세를 보이는 공통점이 있었다.

또 철강, 화학 등 소재업종은 경기부진 후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원가상승을 제품가격으로 전가하기 쉽다는 특징 때문에 역시 상대적인 강세를 나타냈다.

IT 분야의 경우는 가계소비와 밀접한 가전업종은 약세를 보이지만 기업들에 납품되는 반도체, 컴퓨터 등을 생산하는 업체들은 강세였다.

이들 업종은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에서 증권시장의 대부분 업종에 적용되는 하락압력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지만 상대적으로 시장 대비 강세를 보였다는 것이다.

대우증권 이원선 연구원은 "하반기 국제유가가 지금보다 떨어질 것으로 전망돼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부담이 장기화하지는 않겠지만 단기적으로 적절한 방어책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과거 스태그플레이션과 현재 증시 동향을 감안할 때 KT&G[033780], 현대해상[001450], LIG손해보험[002550], 동부화재[005830], 삼성전자[005930], 하이닉스[000660], POSCO[005490], 녹십자[006280], 유한양행[000100] 등이 투자유망하다고 제안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대호 기자 dae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