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4970곳 음식점 폐업 生業안돼 가정 파괴될 지경"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가 폭력시위로 변질된 가운데 소상공인 및 자영업 관련 단체들이 "광우병 파동과 촛불시위의 최대 피해자는 270만명의 소상공인들"이라며 "이제는 국민 모두가 냉정을 되찾고 촛불시위를 자제해 달라"는 내용의 호소문을 발표했다.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ㆍ한국음식점중앙회ㆍ한국세탁업중앙회 등 소상공인 및 자영업 관련 14개 단체 대표들은 30일 서울 중구 뉴 국제호텔에서 '경제난국 극복을 위한 소상공인단체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촛불집회 장기화로 사회적 혼란이 계속되면서 영세 자영업의 매출이 급감하는 등 견디기 힘든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며 "그동안의 촛불집회가 국민의 목소리를 충분히 전달했기 때문에 이제는 시위를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잘못된 정책을 추진한 정부에 일차적인 책임이 있지만 촛불시위는 이미 초기의 순수성에서 벗어나 이념화,과격화되고 있으며 서민 경제 전체를 길거리로 내몰고 있다고 강조했다.

소상공인과 영세 자영업자들이 이처럼 기자회견을 갖게 된 것은 올 들어 유가와 원재료값 등 생산비 상승과 내수부진에 따른 매출 감소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조류인플루엔자(AI),미국 쇠고기 수입 파동,촛불시위 장기화 등으로 소비 심리가 더욱 위축되는 '한계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가장 상황이 심각한 곳은 음식업.전국 40만여곳의 음식업자들이 가입해 있는 한국음식점중앙회의 조용덕 국장은 "국민들의 음식점에 대한 불신이 최악인 상황"이라며 "자체 통계에 따르면 5월 한 달 동안 4970여곳의 음식점이 폐업하고 1만3968곳의 음식점이 휴업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는 또 "닭,오리를 취급하는 업소와 곱창 등을 판매하는 쇠고기 전문점의 경우 매출이 종전보다 40~60% 감소했다"고 말했다.

김병배 한국슈퍼마켓연합회 회장은 "물가 상승으로 30~40% 매출이 올라야 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매출이 떨어지고 있어 가정이 파괴될 만큼 생업이 위협받고 있다"며 "촛불시위대와 정부 모두 슬기롭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덕로 한국경비청소용역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지금과 같이 혼란스러운 사회 분위기에서는 가계가 지갑을 닫고 씀씀이를 줄이기 때문에 모든 업종이 장사가 안될 수밖에 없다"며 "이런 분위기가 계속되면 영세업체들의 줄폐업은 불 보듯 뻔하다"고 우려했다.

한편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시위로 손님이 줄어든 서울 광화문 일대의 상인들은 시위 자제를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광화문 H횟집 사장 홍모씨는 "지금까지 160여명이 서명에 동참했다"며 "먹을거리를 걱정하는 국민의 뜻이 좀 더 이성적으로 전달되고 정부도 이를 성실히 수용해 이른 시일 내에 이번 사태가 해결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황경남 기자 knh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