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주재 러시아 대표부는 26일 빈에서 열린 2008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08) 러시아와 스페인 간 4강전 경기 중계방송을 보기 위해 이날로 예정됐던 중동 문제에 관한 회의를 27일로 하루 연기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비탈리 추르킨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는 회의 연기 이유를 묻는 기자들에게 "축구 때문에 미룬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외교관들은 이번 축구 대회가 4년 만에 개최되는 것인데 반해 회의는 매달 열리는 것이라며 회의 연기를 당연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추르킨 대사는 경기 결과 러시아가 0-3으로 완패하자 "우리는 월드컵을 목표로 단지 몸을 풀었을 뿐"이라고 대답했다.

한편 모스크바에서는 러시아팀의 패배에도 불구하고 수십만명의 군중이 도심에 쏟아져 나와 '러시아'와 히딩크 감독을 연호하며 축제 분위기를 이어갔다.

러시아 언론들은 만약 러시아가 스페인을 이겼다면 8강전에서 네덜란드를 3-1로 꺾었을 때 모였던 70만 명보다 훨씬 더 많은 시민들이 거리에 나왔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러시아 국영 TV 베스티는 경기 전 300만명의 인파를 예상하기도 했다.

이날 모스크바 시내에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수천명의 경찰 병력이 경비를 펼쳤으며, 축구팬들과의 충돌이나 특별한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러시아 국기를 몸에 두른 한 축구팬은 "졌지만 우리는 러시아팀과 거스 히딩크 감독이 매우 자랑스럽다"며 "러시아 축구를 위해 많은 일을 한 히딩크가 계속 남아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반면 경기가 열린 빈은 전날에 이어 한밤중까지 계속된 폭풍우로 인해 도심 분위기는 비교적 썰렁했으며, 많은 축구팬들이 비를 피할 수 있는 팬 존이나 실내에 모여 경기를 관람하고 응원을 펼쳤다.

(부다페스트연합뉴스) 권혁창 특파원 fait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