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유럽은 축구 열기에 빠져 있다.

'유로 2008'이 갖가지 이변 속에서 우승컵을 향해 막바지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유로 2008이 한창인 와중에 우리나라에서는 유럽을 소재로 한 뮤지컬이 상연되고 있다.

유럽 최대 음악경연대회인 유러비전 송 콘테스트 형식을 패러디한 '유로비트'라는 작품이다.

1막은 유럽 열 개 나라의 대표 가수들이 출전해 노래를 부르는 가요제 방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고,2막은 여자 MC의 축하쇼와 비디오를 활용한 중간 집계 과정 및 우승팀의 앙코르 공연으로 이어진다.

관객들은 입장할 때 저마다 한 나라를 골라서 응원할 수 있고,쉬는 시간에는 휴대폰 문자로 우승팀을 투표할 수 있다.

이 작품은 이렇듯 기발한 아이디어와 적절한 유머,각 나라별 컨셉트에 맞게 창작한 곡 등이 잘 어우러져 2007년 에든버러 페스티벌 대상을 수상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올해 대구 국제 뮤지컬 페스티벌(DIMF) 개막작으로 선정됐고 지금 서울에서 공연 중이다.

'유로비트'는 유럽 각국의 사회적 이슈를 조금이라도 안다면 굉장히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요소들이 곳곳에 있다.

영국 대표팀은 펑크 머리의 남자 가수가 영국의 마이너리티인 인도계 여가수와 이중창을 한다.

영국에서의 인종 차별을 문제 삼은 장면이다.

에스토니아팀은 말끔한 외모의 남자 가수 3명이 게이 클럽의 고고 보이를 연상시키는 화끈한 춤을 선사한다.

이 역시 2005년 에스토니아에서 열린 최초의 동성애자 축제에서 벌어진 반대자들과의 유혈 충돌 사건을 패러디한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 작품 제작진들이 유럽이 아닌 호주 출신이라는 점이다.

유럽이 소재인 이 작품은 정작 유럽에서는 공연된 적이 없지만 오는 9월부터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장기 공연에 들어갈 예정이다.

뮤지컬계에서 유럽 공연의 성공을 의심하는 이들은 별로 없다.

영국에 거주하는 유럽계 이민자와 유럽 각지의 관광객들이라면 특히 부담없이 즐길 수 있도록 정교하게 만든 쇼이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에서는 흥행에 성공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영어로 진행하는 공연을 자막으로 이해해야 하는 데다 유럽문화를 짚어내야 하는 부담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소한 국내 공연계는 호주 제작진들의 국제적인 감각만은 놓치지 말아야 할 듯하다.

< 조용신 공연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