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의존 탈피.물가 잡기가 과제

"물가를 잡고,석유와 가스 중심의 천연자원 의존형 구조에서 벗어나라."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IBRD) 총재는 지난 17일 러시아 경제가 직면한 과제를 이렇게 요약했다.

1991년 옛 소련연방이 해체된 이후 죽을 쑤던 러시아 경제는 1998년을 기점으로 가파르게 회복,세계 10위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8.1%,실업률은 1994년 이후 최저치인 6.1%를 기록했다.

풍부한 석유와 가스 등 천연자원이 성장 동력이다.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덩달아 러시아 경제도 도약했다.

최근 러시아에서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프로축구가 성황인 것은 그 단면이다.

UEFA(유럽축구연맹)컵 우승팀인 제니트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올 예산은 1억2500만달러로 2005년 2500만달러에 비해 무려 5배나 늘어났다.



러시아 최대 에너지업체 가즈프롬을 구단주로 둔 덕분이다.

이처럼 승승장구하던 러시아 경제도 최근 '과열 현상'이 뚜렷하다.

1분기 성장률은 8.5%(연율 기준)로 고성장을 이어갔다.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5.1%로 5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부 목표치인 9∼10.5%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오일머니 유입으로 '고성장-고인플레'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노동생산성 증가율이 실질임금 증가율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현상도 과열을 보여주는 지표다.

지난해 실질임금 증가율은 16%를 웃돈 반면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6%를 밑돌았다.

공무원 숫자는 2000년 116만명에서 지난해 162만명으로 증가했으며,지난 1년간 공무원들의 명목임금 상승률은 30%에 달했다.

민간부문 임금상승률 17%보다 턱없이 높다.

내수시장이 둔화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러시아에선 고급 차가 세계 어느 시장보다도 많이 팔려나간다.

1분기 건설 분야 성장률도 30%에 달했다.

왕성한 개인 소비에 힘입어 도매 및 소매업도 두 자릿수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알렉세이 쿠드린 부총리 겸 재무장관은 "경제는 확실히 과열되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 정부는 지난 10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해 10.75%까지 끌어올렸지만 인플레는 쉽사리 잡히지 않고 있다.

폴 톰슨 국제통화기금(IMF) 러시아 담당 대표는 "러시아 경제의 큰 위협은 인플레이션이 깊어지는 것"이라며 "긴축정책을 쓸 경우 성장이 둔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천연자원에 의존한 경제구조는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성장에 가장 큰 걸림돌이다.

국제유가가 하락세로 돌아설 경우 수출과 정부 재정수입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고 세계은행은 우려했다.

GDP에서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15% 수준이며 이 중 80% 정도가 소매업과 외식업이다.

기형적인 성장 구조다.

정부가 석유 의존으로부터 탈출을 시도하고 있으나 제조업 육성은 진전이 거의 없는 상태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