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철광석값 감내수준 넘었다"

車.전자업체 "제품값 올릴수도 없고"

포스코가 24일 올 들어 세 번째 가격 인상카드를 꺼내 들었다.

기본 철강제품인 열연강판과 냉연강판의 인상폭은 20%를 넘는다.

판매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자동차 전자 등 수요업체들은 '엎친데 덮친 격'이라며 울상이다.

원가부담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지 못하고 상당부분 떠안을 수밖에 없다는 푸념이다.

철강제품의 수요처가 광범위한 만큼 물가를 자극할 공산도 크다.

원자재 가격 상승이 철강제품값을 밀어올리고,이로 인해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는 악순환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갈수록 비싸지는 원자재


포스코는 이번 가격 인상을 '고육지책'이라고 설명했다.

철광석과 유연탄 등 철강 원재료 값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는 것이다.

포스코는 올초 브라질 광산업체인 발레(옛 CVRD)와 철광석 값을 전년 대비 65% 인상하기로 합의했다.

이 정도만 해도 사상 최대 수준의 인상폭이었지만 호주의 광산업체들은 한술 더 떴다.

브라질보다 운임비가 적게 드는 만큼 가격을 더 쳐줘야 한다며 한국과 중국 등의 철강업체를 압박했다.

공교롭게도 중국의 바오산강철은 호주 광산업체인 리오틴토와의 6개월여에 걸친 가격협상 줄다리기 끝에 이날 80%의 인상안을 수용했다고 발표했다.

포스코도 비슷한 수준에서 가격협상을 타결지을 가능성이 커졌다.

유연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작년에 t 당 98달러에 들여왔던 유연탄 가격은 올해 300달러로 200% 이상 치솟았다.

문제는 아직 원자재 협상이 끝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포스코가 가장 많은 철광석을 들여오는 호주의 광산업체 BHP빌리톤과는 아직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포스코는 필요한 철광석의 40%를 여기서 들여온다.

유연탄 협상도 아직 진행 중이다.

전체 사용량의 25% 정도인 미분탄 가격은 아직 미정이다.

일부에서 하반기 추가 인상 가능성을 점치는 이유다.

국내외 철강제품과의 가격차가 지나치게 벌어졌다는 것도 포스코가 가격 인상을 단행하게 된 배경이다.

가격을 올린 뒤에도 포스코 철강제품 가격은 세계 최저 수준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품질이 떨어지는 중국산이 포스코제품으로 둔갑하는 등 국내외 가격차로 인한 시장왜곡 현상이 심화돼 불가피하게 철강제품 값을 올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속앓이 커진 수요업체들


올 들어 철강가격이 50% 이상 급등했지만 자동차 전자 등 수요 업체들은 늘어난 원가부담을 제품가격으로 돌리지 못하고 있다.

가뜩이나 위축된 내수시장이 더욱 오그라들 수 있다는 걱정에서다.

실제로 현대자동차는 최근 소형차인 '2009년형 클릭'을 출시하면서 가격을 동결했다.

연식변경 때 가격을 2~3% 올리는 게 보통이지만 이번에는 최대한 억제했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기아자동차가 지난 23일 출시한 카렌스 카니발 쏘렌토 등의 연식변경 모델 가격 역시 종전보다 7만~13만원 오르는데 그쳤다.

회사 관계자는 "작년만 해도 새 모델이 나올 때마다 30만~50만원 씩 올렸는데 요즘 분위기에선 가격 인상에 나서기 힘들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도 속앓이를 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철강 등 원재자값 인상분을 내년 신제품 출시 때나 반영할 수 있어 내부적으로 강도 높은 경영 혁신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조선업계의 부담도 적지 않다.

대형 조선업체 관계자는 "후판값은 선박 건조비용 중 평균 15% 정도를 차지한다"며 "선주(船主)들에게 어느 정도 전가하고는 있지만 앞으로 후판값이 계속 오르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