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경제 긴급점검] (2) 중국‥ 핫머니 밀물…심각한 과잉병
"금융감독관리를 강화하고 자본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촉진하며 부동산시장의 안정을 유지해 금융위기를 막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최근 공산당 정치국 중앙위원회 회의에서 한 말이다.

중국 최고지도자가 이처럼 위기 가능성을 직접 언급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중국 경제가 심상치 않음을 뜻한다.

'궈성정(過剩症.과잉병)'.

중국 경제가 현재 앓고 있는 병명이다.

지나치게 많이 풀린 돈(유동성), 너무 많은 무역흑자,과열된 투자….

'궈성정'은 자산시장의 버블로 병증이 나타나더니 올 들어서는 거품 붕괴라는 보다 심각한 증세로 전이됐다.

물가 상승과 위안화 절상에도 가속도가 붙고 있다.

문제는 마땅한 처방이 없다는 점이다.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 경제는 이제 '과잉병'으로 끙끙 앓고 있다.

중국 경제의 자랑 중 하나는 안정된 물가였다.

연 10%를 넘는 성장세에서도 지난 수년간 물가상승률은 1~2%대를 유지했다.

[신흥국 경제 긴급점검] (2) 중국‥ 핫머니 밀물…심각한 과잉병
하지만 2006년 월평균 1.5%이던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4.8%로 뛰더니 올 들어서는 다시 평균 8%대로 치솟았다.

살인적인 물가는 서민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만 여섯 차례 금리를 올렸으며 올 들어선 다섯 차례 은행 지급준비율을 인상했다.

이것도 모자라 대출 규제라는 카드까지 꺼내야 했다.

급격한 유동성 억제 정책은 증시와 부동산 버블 붕괴라는 원치 않은 결과를 초래했다.

게다가 강력한 긴축에도 불구, 물가는 잡히지 않고 있다.

이유는 복합적이다.

우선 핫머니(단기투기자금)에 발목이 잡히면서 물가를 잡는 강력한 수단인 금리인상이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작년 말 미국과 금리차가 역전되면서 해외 핫머니가 봇물처럼 들어오고 있다.

올 들어 4개월 동안 유입된 투기자금은 무려 2883억달러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작년 한 해 동안 들어온 것과 같은 규모다.

돈을 흡수하기 위한 금리인상이 자칫 돈을 더 끌어들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중국 정부가 고육지책으로 내놓은 게 위안화 절상이다.

수출을 줄이고 대신 수입을 늘려 물가도 잡고 무역흑자도 감소시키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위안화 절상은 세계 경기 침체라는 복병을 만났다.

[신흥국 경제 긴급점검] (2) 중국‥ 핫머니 밀물…심각한 과잉병
미국 등의 경기 둔화로 수요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위안화 가치가 오르면 수출이라는 성장엔진이 속도를 늦추는 게 아니라 아예 꺼져버릴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중국 정부가 경제정책 최우선 순위를 물가 안정 일변도에서 물가 안정 및 경기 경착륙 방지로 수정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물론 중국 경제는 여러 문제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진 건재하다.

세계은행은 올해 중국이 9.8%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시장의 관심은 베이징올림픽 이후에도 중국 경제가 고성장세를 지속할 것인가에 쏠려있다.

세계은행은 내년에는 성장률이 한 자릿수대인 9.2%로 둔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성장률이 9.5% 이하면 중국 경제로선 경착륙에 가깝다는 게 건문가들의 견해다.

지난해 중국 경제는 11.9% 성장했다.

물가 폭등과 자산 버블 붕괴,그리고 세계경기 침체의 3중 파고를 이겨내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중국 정부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