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랄한 미 언론 혹평에 며칠만에 로고 퇴출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인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최근 제작한 대선 로고 때문에 홍역을 치르고 있다.

오바마는 23일 대선 로고가 미국 대통령의 문장(紋章)과 흡사하다는 언론 보도로 때아닌 논란을 빚자, 불과 며칠 만에 사용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그는 신랄한 언론들의 혹평에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미국 언론들은 대통령 문장에 나오는 것과 똑같은 모양의 대머리 독수리가 오바마가 지난 20일 시카고에서 민주당 주지사들과 경제현안을 논의할 때 단상 앞 대선 로고 속에 처음으로 등장하자 오만한 냄새를 풍긴다고 조롱을 퍼붓기 시작했다.

NBC방송의 정치담당 국장인 척 도드는 "정말 황당하고 멍청한 아이디어"라고 지적했고 ABC 방송의 제이크 태퍼는 "허위의 대담함"이라고 꼬집었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의 앤드루 말콤은 오바마가 "대선이나 취임식 또는 아직 공식적으로 하지도 못한 후보 지명과 같은 어떤 공식적 절차도 기다리지 않겠다고 결정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미 언론들 사이에서는 급기야 오바마가 카리스마는 있지만 오만하다는 평까지 나돌고 있다.

미 언론들은 빌 클린턴을 가리켜 `똑똑하지만 난잡하다'고 불렀고, 밥 돌 전 상원의원은 '영웅적이긴 하나 너무 늙었다', 또 앨 고어 전 부통령에 대해서는 '총명하지만 거짓말하고 따분한 사람'이라고 평가를 내린 바 있다.

이런 분위기 때문인지 이날 뉴멕시코 주의 앨버커키 시에서 열린 여성들을 위한 오바마의 연설현장에는 문제의 대선 로고가 사라지고 없었다고 워싱턴 지역언론인 이그재미너는 보도했다.

또 공화당의 대선후보인 존 매케인 상원의원 진영으로부터도 오바마의 로고는 "우스꽝스럽고 터무니없고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비판의 대상이 되고 했다.

한편 오바마의 로고에 등장하는 대머리 독수리는 미국 대통령 문장에 나오는 독수리의 모양과 똑같았다.

다만 정중앙의 독수리 몸통을 가리고 있는 방패에서만 차이가 났다.

대통령 문장의 방패는 성조기 문양인데 반해 오바마의 방패는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O' 문양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오바마의 로고에는 `미국 대통령의 문장(Seal of the President of the United States)'이라는 글귀가 들어간 대통령의 문장과 달리 '미국을 위한 오바마(Obama for America)'와 'www.barackobama.com'이 아래에서부터 위로 새겨져 있다.

앞서 CNN 방송도 "새 로고가 노동자 계층의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는데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며 오바마의 로고가 향후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한 바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김재홍 특파원 jaeh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