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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로마 바티칸의 시스티나 대성당 천장에는 높이 20m,길이 41.2m,너비 13.2m의 대작 '불후의 명작'이 500여년간 찬연히 빛나고 있다.

9등분으로 나뉜 천장의 수평면에 '천지창조'를 주제로 '빛의 창조' '아담과 이브의 창조' '노아의 홍수' 등 구약성서에 나오는 내용이 극적인 필치로 묘사돼 있다.

그 작가가 미켈란젤로란 사실은 미술에 문외한이더라도 한 번은 들어봤을 터. 시스티나 대성당은 오늘날 미켈란젤로라는 이름과 동의어가 되다시피 했다.






미켈란젤로가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벽화를 그릴 때의 일이다.

벽화는 크기가 183㎡나 되는 대작이었다.

하루는 그가 사다리 위에 올라가서 천장 구석에 인물 하나를 꼼꼼히 그려 넣고 있었다.

한 친구가 그 모습을 보고 이렇게 물었다.

"이보게, 그렇게 구석진 곳에 잘 보이지도 않는 걸 그려 넣으려고 그 고생을 한단 말인가? 그래봤자 누가 알겠는가?" 미켈란젤로가 대답했다.

"내가 알지."

심리학에서는 이런 내면적 동기부여를 '미켈란젤로의 동기'라고 부른다.

어느 조직에나 소수이지만 이런 사람들이 있다.

누가 알아주든 알아주지 않든,보이지 않는 구석구석까지 혼신을 다해 임하는 자세,이런 미켈란젤로 동기를 가진 사람만이 성공의 달콤한 꿀맛을 볼 수 있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작은 부분에서부터 변화와 혁신을 이끌어내는 '디테일 경영'이 중요하다.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글로벌 기업들은 모두 디테일에 강하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글로벌 특송회사인 페덱스(FedEx)에는 1 대 10 대 100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불량이 생길 경우 즉각적으로 고치는 데에는 1의 원가가 들지만,책임소재나 문책 등의 이유로 이를 숨기고 그대로 기업의 문을 나서면 10의 원가가 들며,이것이 고객 손에 들어가 클레임으로 연결되면 100의 원가가 든다는 법칙이다.

'100-1=99가 아니라 100-1=0'이라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 경우라 할 것이다.

1%의 모자람이 100%의 실패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때문에 세계 초일류 기업들은 블루오션의 모색보다는 기존 시장에서 낭비제거와 원가절감,고객 감동 디테일에 공을 들이는 추세다.

페덱스의 사례처럼 작고 미세한 것이라도 그것이 결과에 차이를 가져오는 것이라면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큰 밑그림은 물론 중요하다.

그것 없이는 일의 방향을 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소한 것이라고 해서 무시하고 지나치다 보면 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많다.

공들여 쌓은 탑도 부실한 밑돌 한 장 때문에 무너지고,큰 행사를 치르는 도중 손님접대에 별 것 아닌 실수가 생기면서 전체가 망가지는 경우를 흔히 본다.

기업 이미지가 아무리 훌륭하고 고급스러워도 매장 직원의 무성의한 태도나 부적절한 행동은 그 회사를 한 순간에 삼류로 전락시킨다.

기업이 '디테일'에 투자하는 것은 사람이 보약을 먹는 것과 같은 원리로,곧바로 매출이 늘어나지는 않지만 장기적으로 고객이 해당 기업을 선호하게 만든다.

국내에서 디테일 경영의 대표 기업을 꼽으라면 현대ㆍ기아차를 들 수 있다.

두 회사는 전사적으로 CI(Cost Innovation)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고객들의 체감도가 낮은 부품의 단가를 낮추고,잘 쓰지 않는 내장재를 없애 생산원가를 절감하자는 운동이다.

환율 하락으로 인해 채산성이 떨어지자 원가절감을 통해 수익성을 확보하려는 일종의 고육책이다.

푼돈 모아 얼마나 벌겠냐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 연 생산량이 20만대인 쏘나타의 경우에는 차량 한 대당 1만원만 아껴도 20억원이 고스란히 수익으로 잡힌다.

고객들이 느끼는 사소한 불편이나 요구사항을 상품 개발에 적극 반영하고,'좋은 품질의 제품을 저가로 제공한다'는 모토 아래 사용자의 불편함을 최소화한 제품을 내놓는 세심한 배려가 적지 않은 이윤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제 우리 기업을 구성하고 있는 토지,노동,자본의 3대 자원은 더 이상 국제적인 원가경쟁력을 유지시켜주기 어렵다.

그러므로 이제 모두가 간과하는 작은 차이로 경쟁업체와,선진기업들과 경쟁해야 한다.

1등을 꿈꾸는 기업이라면 '성공은 디테일에 있다(Success is in details)'는 말의 의미를 곱씹어 봐야 한다.

신재섭 기자 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