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생산국과 소비국,투자은행(IB) 대표들이 참석한 국제 석유회의가 22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지다에서 열렸다.

30여개국 각료급이 참석한 이번 회의에선 사우디아라비아 리비아 등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아르헨티나 등 비OPEC 산유국,미국 영국 독일 등 주요 8개국(G8),한국 중국 일본 등 소비국,골드만삭스 등 IB 대표 등이 배럴당 140달러에 육박한 국제유가의 원인과 대책을 논의했다.

공방은 치열했다.

소비국은 산유국의 공급 부족이 고유가를 초래했다면서 적극적인 증산을 요구한 데 비해 생산국은 투기세력의 시장개입과 달러화 가치 약세가 고유가를 야기했다고 맞받았다.

이날 사우디아라비아는 하루 원유 생산량을 20만배럴 늘렸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블룸버그통신은 사우디와 이란 등 OPEC이 90만배럴을 증산키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OPEC은 또 원유 증산에 2012년까지 2200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OPEC,증산 나서나


압둘라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은 이날 개막 연설에서 "하루 원유 생산량을 (20만배럴 증산한)970만배럴로 늘렸다"고 말했다.그는 또 "개발도상국들이 겪는 석유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10억달러 규모의 OPEC 기금 및 5억달러의 연성차관(원금 상환기간이 길거나 금리가 낮은 차관)을 제공할 용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국제유가는 사우디가 20만배럴을 증산해도 크게 하락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지만 어느 정도 안정시키는 데는 일조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사우디는 OPEC 내 최대 산유국이자 수출국인 만큼 다른 회원국에 심리적 압박을 가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블룸버그는 앞서 20일 석유시장 조사업체인 페트로로지스틱스를 인용해 "OPEC이 이달 안에 하루 원유 공급량을 3280만배럴로 90만배럴 늘릴 것"이라고 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OPEC의 13개 회원국들이 2012년까지 5년 투자 규모로는 최대인 2200억달러를 투자,원유 생산을 늘릴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이가운데 1600억달러가 원유 시추와 관련된 투자로,하루 500만배럴을 증산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추산했다.

나머지 600억달러는 정유시설을 하루 300만배럴 늘리는 데 사용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OPEC은 회원국(이라크 제외)들의 일일 원유 생산능력이 2002년(3200만배럴) 이후 꾸준히 확대됐다고 밝혔다.

지난해는 하루 3500만배럴로 늘어났으며 2010년에는 3900만배럴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양측 간 시각차 여전


원유 생산국과 소비국들의 고유가 시각은 판이하게 달랐다.

미국의 새뮤얼 보드먼 에너지장관은 "국제유가를 낮추려면 증산이 최선"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시장의 기본요소들은 원유 생산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가격 인상과 가격 불안정이 야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원유 수요가 1% 증가할 때마다 공급에 변동이 없을 경우 가격은 20% 오르게 된다"며 "경제가 급속히 성장하는 중국 인도 및 중동 국가들의 에너지 수요 증가가 국제유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쇼크리 가넴 리비아 국영석유회사 사장도 "원유시장은 현재 공급이 과잉 상태"라며 "유가가 높다고 생각하지만 그 원인이 수급 때문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양측 간 시각차로 인해 다른 OPEC 회원국이 사우디의 증산에 합류할지는 미지수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