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위의 석유 소비국인 중국이 석유가격을 전격 인상했다.

국제유가는 석유 소비가 줄어들 것이란 기대 속에 한때 급락한 반면 중국 증시는 석유관련주의 반등에 힘입어 3% 이상 급등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로선 인플레 압력이 가중돼 경제 운용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또 석유가격 인상은 중국 상품의 수출가격 상승으로 전가돼 세계 경제의 인플레 압력을 가중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20일 휘발유 표준 소매가를 t당 6980위안(약 104만7000원)으로 17%,경유는 t당 6520위안(97만8000원)으로 18% 올린다고 발표했다.

ℓ당 가격으로 환산하면 휘발유는 평균 0.8위안(120원),디젤은 평균 0.92위안(138원) 인상된다.

이에 따라 주유소 휘발유 판매가는 지역별로 ℓ당 5~6위안(750~900원),디젤도 ℓ당 5~6위안으로 오르게 된다.

항공유는 t당 1500위안 인상된다.

전기요금도 다음 달 1일부터 ㎾h당 0.025위안 오른다.

발전개혁위원회는 "국제유가와 중국 내 소매가격 간 차이가 커져 손실이 확대되고 있는 정유회사들이 가동을 줄이면서 석유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어 가격을 올리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19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7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4.75달러(3.5%) 하락한 131.93달러로 마감됐다.

북해산 브렌트유도 배럴당 132.20달러로 3.1% 떨어졌다.

메릴린치의 글로벌 상품 리서치부문 프랜시스코 블랜치 대표는 "중국의 석유소비 둔화로 국제 원유수급에 상당한 영향이 나타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의 석유소비량은 하루 800만배럴 정도로 세계 소비의 약 9.4%를 차지하고 있다.

그렇지만 중국 석유가격이 여전히 국제시세보다 크게 낮아 수요를 억제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그동안 가격통제 탓에 정유사들이 억제해온 석유공급을 확대해 오히려 소비를 촉진시킬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지적했다.

실제 20일 뉴욕상품거래소에서는 중국발 석유소비 감소 기대에 따른 유가 하락이 지속되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이란 핵시설을 겨냥한 이스라엘의 군사훈련 실시 △달러 약세 △나이지리아에 있는 쉐브론 유전 노동자들의 파업 계획 등이 전해지면서 WTI와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이 장중 배럴당 4달러 이상 급등세로 돌아섰다.

석유가격 및 전기료 인상은 중국의 물가 상승세에 기름을 붓는 격이다.

중국 소비자물가 지수는 올 들어 월평균 7~8%씩 뛰고 있다.

중국 국제금융공사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하지밍은 "이번 석유가격 인상으로 소비자 물가가 0.4%포인트 오르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또 석유 가격과 전기료 인상이 중국 수출품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면 세계적으로 물가 상승 압력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세계은행은 중국에 금리 인상과 위안화 절상을 요구하는 등 물가 통제를 강력히 주문하고 나섰다.

중국 정부 역시 물가를 잡기 위해 은행들에 핫머니 자금 유입 동향을 보고토록 긴급 지시했다.

한편 이날 상하이종합지수는 페트로차이나(4.55%) 화뎬넝웬(10.0%) 등 정유주와 전력주 강세에 힘입어 장중 6% 이상 치솟다가 3.01% 오른 2831.74로 마감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