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와인은 레드 와인에 비해 값이 저렴한 편이다.

일차적인 원인은 전 세계 수요의 약 70%가 레드 와인일 정도로 입맛이 '빨간색'에 편향돼 있기 때문이다.

일부 예외가 있긴 하지만,생산 비용의 큰 몫을 차지하는 오크(oak) 숙성이 필요 없다는 점도 또 하나의 요인이다.

덕분에 화이트 와인 중에선 평론가들로부터 호평을 받은 값싸고 질 좋은 '밸류 와인'들이 꽤 많다.

뉴질랜드 와이너리(양조장)들이 소비뇽 블랑이란 포도로 만드는 화이트 와인이 대표적이다.

미국,영국의 주요 평단으로부터 90점 이상의 고평가를 받았으면서도 국내 판매가로 3만원 안팎이면 살 수 있는 화이트 와인이 수두룩하다.

뉴질랜드의 '킴 크로포드 말보로 소비뇽 블랑(Kim Crawford Marlborough Sauvignon Blanc) 2007'(2만9000원)은 미국 와인전문지 '와인 스펙테이터'로부터 91점을 받았다.

이 잡지는 로버트 파커가 운영하는 '와인 애드버킷'과 함께 미국의 양대 와인 잡지로 불린다.

영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와인 잡지이자 '디캔터'와 쌍벽을 이루는 '와인&스피릿'도 91점을 줬다.

2006년 빈티지는 두 곳에서 92점을 받기도 했다.

보통 90점을 넘는 와인은 '최고급'으로 분류된다.

뉴질랜드의 소비뇽 블랑이 주목 받은 데에는 '클라우드 베이(Cloud Bay) 소비뇽 블랑'이 지대한 공헌을 했다.

엄경자 인터컨티넨탈호텔 소믈리에는 "이 와인이 영국 '디캔터'로부터 '최고의 와인'이란 찬사를 받은 게 결정적인 계기였다"며 "이후 다른 와인 평론가들도 뉴질랜드에 주목하기 시작했고,덕분에 최근 10년 동안 뉴질랜드에 300여개의 새로운 와이너리가 생겨났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소비뇽 블랑의 매력은 상큼한 과일향에 있다.

엄 소믈리에는 "특히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은 누구나 쉽게 마실 수 있는 편안함이 장점"이라며 "구스베리,망고 등 열대과일 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서홍진 안양베네스트GC 식음팀장은 "소비뇽 블랑은 초여름에 딱 어울리는 와인"이라며 "아주 차게 해서 마시면 사과,레몬을 연상케 하는 맛이 일품"이라고 소개했다.

소비뇽 블랑의 세계에 좀 더 빠져들고 싶다면,'원조'격인 프랑스 루아르 지방의 와인이 제격이다.

값은 좀 더 비싸지만 과일향에 편중되지 않고 허브향 등 풀 냄새가 가미돼 색다르다.

화이트 와인 품종 중 가장 대표적인 샤르도네와 비교해봐도 좋다.

프랑스 부르고뉴의 샤르도네 와인은 오크 숙성을 할 뿐만 아니라 발효 과정에서도 차이가 나는데,바닐라를 연상케 하는 향과 질감을 느낄 수 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