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워렌 버핏 평전1,2 > 앤드류 킬패트릭 지음 | 안진환ㆍ김기준 옮김 | 1권 543쪽 | 2권 844쪽

1602년 세계 최초의 증권시장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설립된 이후 주식시장은 경제의 체온계 역할뿐만 아니라 투자자들의 주요 자산 형성의 장(場)으로 발전해 왔다.

4세기에 걸친 주식의 역사에서 최고의 투자자를 뽑는 대회가 있다면 맨 앞자리를 차지할 사람은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일 것이다.

지금까지 순수하게 투자라는 활동을 통해 세계 1위의 부자가 된 인물은 버핏밖에 없기 때문이다.

버핏이 26세이던 1956년에 가족 4명,친구 3명과 함께 시작한 투자조합에 그가 출자한 금액은 단돈 100달러였다.

100달러로 시작된 이 돈은 현재 우리 돈으로 62조원에 달하는 엄청난 금액으로 불어났다.

금액의 크기도 크기이지만 더욱 의미있는 것은 버핏이 이전의 투자자들과 달리 자신의 스승 벤저민 그레이엄으로부터 배운 '가치투자'라는 과학적 투자방법론을 활용했다는 사실이다.

1920년대 미국에서 가장 성공적인 투자자였던 버나드 바루크나 투기꾼이었던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아버지 케네디는 과학적인 방법론보다는 감(感)이나 내부 정보,혹은 몰염치한 작전을 통해 부를 쌓아올렸다.

하지만 버핏은 '실제 가치보다 훨씬 낮은 가격으로 주식을 사서 장기간 보유한다'는 간단한 투자 원칙을 적용해 세계 최고의 부자 반열에 올랐다.

이 과정에서 어떤 도덕적 오류나 자신의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 매매 행태는 보이지 않았다.

이것이 그토록 많은 투자자들이 버핏을 추종하고 존경하는 이유다.

그동안 버핏의 삶과 그의 '철학의 숲'에서 한껏 거닐고 싶었던 국내 독자들은 늘 2% 부족한 상태로 있어야 했다.

버핏이 한 번도 자신의 이름으로 책을 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의 이름을 달고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른 책들은 내용적 측면에서 어중간한 상태에 멈추어 있었다.

이들 책은 주로 버핏의 투자 종목 분석과 그의 투자 원칙에 대한 포괄적인 서술에 머물러 있다.

한 투자가의 삶을 제대로 조명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

하나는 그가 살아온 삶의 이력을 세밀히 들여다보는 것이고,다른 하나는 그의 경험과 생각이 투자의 세계와 어떻게 조응해 갔는가를 살피는 것이다.

<워렌 버핏 평전>이 지닌 미덕은 바로 버핏이란 사람을 총합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제공한다는 데 있다.

1권에서는 버핏의 성장 과정과 가족,친구들,그리고 동료 가치투자자들과 맺은 인연들을 빼곡하게 담아냈다.

벅셔 해서웨이 부회장인 찰스 멍거와의 인연이나 벤저민 그레이엄과의 만남,빌 게이츠와의 우정 등 현재의 버핏을 있게 해준 흥미로운 일화들이 가득하다.

2권은 버핏의 투자철학과 방법,종목 선택의 이유,실제로 벅셔 해서웨이가 투자한 기업 등 버핏의 투자법에 관한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한마디로 버핏에 관한 '제2의 완결판'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버핏의 인간적 측면을 주로 다룬 1권을 읽다 보면 자연스레 입가에 웃음이 걸린다.

주식투자와 독서 외에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사람이 버핏이다.

신혼여행을 가서도 그의 스승인 벤저민 그레이엄의 <증권 분석>을 읽었다.

그의 맏아들 하워드는 잔디 깎는 기계도 다룰 줄 모르고 세차하는 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고 한다.

심지어 집에 있는 전등 스위치가 어느 것이 맞는지도 모른다.

얼마나 서투른(?) 인간인가.

하지만 그는 투자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따라가지 못할 정도의 놀라운 집중력을 보여준다.

2권에는 버핏의 투자철학과 원칙이 집대성돼 있다.

버핏의 연설문과 기고문,인터뷰,편지 등 사실적 기록에서부터 코카콜라,아메리칸 익스프레스,질레트,시즈 캔디 등 그가 투자하고 있는 기업들에 이르기까지 버핏의 투자세계를 입체적으로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전체적으로 조망한 투자의 기본원칙들이 실제로 어떻게 구현되는지 살펴보는 것도 큰 재미다.

버핏의 투자 철학을 배우고 싶은 사람이라면 2권부터 봐도 괜찮을 듯하다.

하지만 읽는 재미로 따지자면 1권을 읽고 2권으로 가는 방법을 권하고 싶다.

1978년 매입한 코카콜라 주식을 아직도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버핏은 대단한 장기 투자자다.

이 책을 쓴 앤드루 킬패트릭도 집필에 관한 한 버핏에 못지 않은 장기 투자자다.

그는 20년 동안 버핏에 관한 자료를 모으고 주변 사람들을 인터뷰해서 이 책을 만들었다.

버핏의 인간적 매력에 반해 책을 쓰기 시작했다는 저자는 대부분의 시간을 자료 수집과 집필에 할애한다고 하니 그 또한 버핏에게 장기적이고 집중적인 투자를 하고 있는 셈이다.

만일 투자 분야에서도 '전기 문학'이란 장르가 있다면 <워렌 버핏 평전>이 맨 앞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2년 전 역사상 최대 규모의 기부로 관심을 모았던 버핏과 이 책의 저자 모두에게 경의를 표한다.

이상건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이사 lsggg@miraeasse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