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시장 붕괴를 예견해 큰 돈을 번 헤지펀드 폴슨앤코의 창업자 존 폴슨은 18일 "신용위기에 따른 전 세계 금융권의 부실자산 상각과 손실액이 1조3000억달러(약 1333조원)에 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이 추정한 9450억달러를 크게 넘어서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폴슨은 이날 모나코에서 열린 국제 헤지펀드 컨퍼런스에서 "금융권의 자산상각 규모는 현재 3분의 1 수준에 그치고 있다"며 "상황이 안정됐다는 어떤 신호도 보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폴슨은 또 "미국 경제는 주택가격 하락이 소비 지출에 영향을 미치면서 침체로 가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올 하반기의 상황은 상반기보다 더 악화되고,경기둔화는 내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주택시장의 부실징후가 가속화되고 있으며 주가도 더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폴슨은 지난해 이후 신용위기에 처한 금융회사들에 자금을 지원한 투자자들이 95%가량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정했다.

폴슨은 이와 함께 "세계 2위 채권보증업체인 암박 파이낸셜그룹이 가장 많은 부채를 떠안고 있어 신용위기로 제일 큰 곤란을 겪고 있다"며 "암박의 신용등급이 투자부적격 단계로 떨어질 위험이 있다"고 강조했다.

암박은 신용평가회사인 피치가 올초 신용등급을 최고등급인 'AAA'에서 'AA'로 하향 조정한 이후 주가가 92%나 떨어졌다.

지난달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도 피치에 이어 암박의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낮춰잡았고,무디스도 등급 하향을 경고한 상황이다.

총 330억달러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는 폴슨은 지난해 주택가격의 거품 붕괴를 미리 내다보고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을 매도해 높은 수익을 거뒀다.

간판 펀드의 수익률은 작년 한 해 동안 무려 591%에 달했다.

올 들어 폴슨이 운용하는 펀드들의 수익률은 6월 초 현재 10~15% 수준이다.

한편 이번 헤지펀드 컨퍼런스에 참여한 1300여개 헤지펀드 매니저들도 폴슨의 비관적인 전망에 상당수 공감을 표시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