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와 현대차 지부,현대차간 대각선 교섭이 예정된 18일 오후 현대차 노조 게시판에는 정치파업을 반대하는 조합원들의 비난여론이 이어졌다.

노조는 내부 사정을 이유로 이날 회사 측과 갖기로 한 제6차 교섭에는 참석하지 않았지만 조합원들의 '반파업 민심'을 감안,일단 회사 측과의 교섭결렬은 선언하지 않고 오는 25일 교섭을 재개키로 하며 한발짝 물러섰다.

하지만 20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신청을 내고 26,27일 파업 찬반투표를 거쳐 다음 달 2일 민주노총 총파업에 합류한다는 계획은 그대로 고수키로 했다.

정치파업에 대한 노조원들의 여론이 악화되자 노조 지도부가 회사 측과의 협상결렬이라는 파국은 피하면서도 다음 달 2일 예정된 민주노총과의 총파업 강행을 위한 명분쌓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조합원들은 "노조 지도부의 파업중독증세가 심각하다"며 노조 게시판에 한꺼번에 몰려들면서 전날에 이어 또다시 게시판이 다운되기도 했다.

현대차 노조 게시판이 계속 다운되자 상당수 조합원들은 정치파업을 주도하고 있는 금속노조 게시판으로 몰려가 비난여론을 쏟아냈다.



금속노조 게시판에는 특히 산별노조 전환에 대한 불만이 쏟아졌다.

한 조합원은 "산별노조로 전환하면 조합원들의 복지가 더 나아질 줄 알았더니 민주노총에 이어 금속노조 정치파업,나중엔 현대차 임단협 파업 등 1년에 2~3차례의 파업에 휘말려야 하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현대차 현장조직의 하나인 현장연대도 이날 처음으로 공개 소식지를 내고 "지금의 현장 조합원 정서는 과거와 같이 암묵적으로 동의하던 때와는 확연히 다르다"면서 "노조 지도부가 민주적 절차에 의해 결정된 조합원 정서를 존중해야 한다"고 촉구해 노노갈등 양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또 금속노조 게시판에는 한 조합원(아이디 '햇불')이 '현대차지부의 투표 결과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울 것인가'란 글을 통해 "회사 측에서 우려해온 '삼중 교섭과 이중 파업'의 비효율성이 그대로 현실화되고 있다"면서 "조합원들의 여론을 무시한 총파업 강행은 조합원들의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이디 '위원장'이라고 밝힌 한 조합원은 "현대차 노조가 그렇게 정치파업을 하고 싶으면 노조 규약에 나와 있는 재적조합원 과반수 이상 찬성이란 조항을 '조합원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위원장 맘대로 결정할 수 있다'로 바꿔라"고 말했다.

노동전문가는 "지난해 금속노조 정치파업에 이어 또다시 거센 저항을 보이고 있는 현대차 조합원들의 '아래로부터의 개혁'에 부딪힌 노조 지도부가 파업을 강행할 경우 엄청난 역풍을 맞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은 지난 10일 미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에 참여하기 위해 잔업을 거부한 혐의(업무방해)로 윤해모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장 등 노조간부 5명을 울산 동부경찰서에 고소했다.

회사는 고소장에서 "이들 노조간부가 잔업을 거부하는 등 불법 파업을 주도하는 바람에 55억원 상당의 생산차질액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