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생활의 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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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만난 옛친구가 고관대작 혹은 부유한 공장주로서 우리가 몽롱하고 우울한 언어를 조종하는 한낱 시인밖에 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 손을 내밀기는 하되 선뜻 알아보려 하지 않는 듯한 태도를 취할 때.' 독일 작가 안톤 슈낙의 수필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의 한 대목이다.
가슴을 미어지게 하는 게 굶주린 아이와 가난한 노파의 눈물만은 아니란 얘기다.
살다 보면 서럽고 속상한 일이 한두 가지랴.미칠 듯 답답하고 짜증날 때,바닥 없는 늪에 빠진 듯 무섭고 막막할 때도 허다하다.
이럴 때 기운 차리고 세상과 맞서게 하는 건 크고 거창한 구호나 약속이 아니다.
"살아봐야지" 싶게 만드는 건 고개 떨구고 걷다 발견한 보도블록 틈새 풀꽃,풀 죽어 늘어진 어깨를 다독이며 "힘내,큰일 할 사람이 그깟 일에 뭘" 하는 격려 한마디,무심코 펼친 책에서 찾은 기막힌 문구다.
온갖 역경을 견디고 우뚝 선 사람,피나는 훈련과 노력 끝에 메달을 따낸 선수의 환한 얼굴 또한 잃었던 의욕과 용기를 되찾아준다.
외환위기 당시 공이 연못 옆 러프에 빠지자 맨발로 물에 들어가 쳐낸 박세리의 투혼이 대책없는 상황 앞에서 어쩔줄 몰라하던 온국민에게 기쁨과 희망을 안긴 것도 같은 이치다.
SBS TV '생활의 달인'이 같은 시간대 시청점유율 1위인 이유도 '당신도 할 수 있다'는 그메시지 때문일 것이다.
지난 16일 150회를 넘긴 이 프로그램에 연예인은 없다.
출연자는 긴 세월 같은 일을 하면서 달인(達人)의 경지에 오른 이땅 서민들이다.
세탁물 나르기,포장하기,스탬프 찍기,접시 닦기,불량품 골라내기 등 기계 없이 몸으로 해야 하는 일은 어느 것 하나 쉽지 않다.
그런데도 달인들의 태도는 한결같다.
힘들어도 짜증내지 않고,인생 역전을 바라면서 한눈 팔지 않고,좀더 잘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큰 욕심 없이 밝게 웃는다.
인터뷰 중에도 일을 멈추지 않는 달인들의 모습은 제 할 일은 게을리하면서 세상 탓만 해온 게 아닌가,내 눈의 들보는 못보면서 다른 눈의 티만 찾던 게 아닌가 반성하게 한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가슴을 미어지게 하는 게 굶주린 아이와 가난한 노파의 눈물만은 아니란 얘기다.
살다 보면 서럽고 속상한 일이 한두 가지랴.미칠 듯 답답하고 짜증날 때,바닥 없는 늪에 빠진 듯 무섭고 막막할 때도 허다하다.
이럴 때 기운 차리고 세상과 맞서게 하는 건 크고 거창한 구호나 약속이 아니다.
"살아봐야지" 싶게 만드는 건 고개 떨구고 걷다 발견한 보도블록 틈새 풀꽃,풀 죽어 늘어진 어깨를 다독이며 "힘내,큰일 할 사람이 그깟 일에 뭘" 하는 격려 한마디,무심코 펼친 책에서 찾은 기막힌 문구다.
온갖 역경을 견디고 우뚝 선 사람,피나는 훈련과 노력 끝에 메달을 따낸 선수의 환한 얼굴 또한 잃었던 의욕과 용기를 되찾아준다.
외환위기 당시 공이 연못 옆 러프에 빠지자 맨발로 물에 들어가 쳐낸 박세리의 투혼이 대책없는 상황 앞에서 어쩔줄 몰라하던 온국민에게 기쁨과 희망을 안긴 것도 같은 이치다.
SBS TV '생활의 달인'이 같은 시간대 시청점유율 1위인 이유도 '당신도 할 수 있다'는 그메시지 때문일 것이다.
지난 16일 150회를 넘긴 이 프로그램에 연예인은 없다.
출연자는 긴 세월 같은 일을 하면서 달인(達人)의 경지에 오른 이땅 서민들이다.
세탁물 나르기,포장하기,스탬프 찍기,접시 닦기,불량품 골라내기 등 기계 없이 몸으로 해야 하는 일은 어느 것 하나 쉽지 않다.
그런데도 달인들의 태도는 한결같다.
힘들어도 짜증내지 않고,인생 역전을 바라면서 한눈 팔지 않고,좀더 잘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큰 욕심 없이 밝게 웃는다.
인터뷰 중에도 일을 멈추지 않는 달인들의 모습은 제 할 일은 게을리하면서 세상 탓만 해온 게 아닌가,내 눈의 들보는 못보면서 다른 눈의 티만 찾던 게 아닌가 반성하게 한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