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동남아 싼임금 보다 낫죠"

부산 파크랜드 공장 "다품종 소량생산하는 순발력…"
부산 금정구 금사(錦絲)동에는 의류회사 파크랜드의 5개 봉제공장이 모여 있다.

예전 잠사(蠶絲)업이 성행했던 이곳이 이제는 국내 최대 의류생산특구로 변신,'싼 인건비'를 찾아 중국 등 동남아 지역으로 떠난 국내 봉제산업의 명맥을 잇고 있다.

5개 공장이 생산하는 정장 셔츠 바지 등 의류는 연 300여만벌로 전용매장과 할인점 등을 통해 대부분 내수시장에 팔린다.

1988년 '좋은 옷,좋은 가격'을 캐치 프레이즈로 내걸고 출범한 파크랜드의 지난해 매출은 3200억원가량.국내 1위 업체인 제일모직의 간판 브랜드 '빈폴' 매출(약 4000억원)을 한창 밑도는 수준이다.

곽국민 파크랜드 사장은 그러나 "중국 베트남 등에 진출한 기업들이 노동법 강화 등 현지 사업환경 악화로 고전하면서 이곳에서의 안정적인 조업환경이 주목받는 추세"라고 말했다.

곽 사장은 대량 생산-대량 소비에서 다품종 소량 생산체제로 즉시 전환,언제든지 패션 트렌드를 좇아갈 수 있는 순발력을 파크랜드의 강점으로 꼽았다.

양복 상의 한벌을 만들려면 100여개 공정이 필요할 정도의 '손품'이 드는 봉제는 대표적인 노동집약사업이다.

공장 자동화 등으로 인건비 비중을 낮춰도 국내와 동남아 등 지역간 8∼10배 정도의 임금격차는 아직 국내 봉제산업에는 큰 부담이다.

곽 사장은 "노동 안정성과 기술 숙련도 등을 감안하면 한국과 동남아지역의 실질 임금차이는 2∼3배에 불과하고,이는 생산성 향상을 통해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가령 중국 내수시장 공략을 위해 파크랜드가 세운 다롄공장은 똑같은 생산시설을 갖췄음에도 생산량이 부산공장의 60%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것.현지 근로자의 낮은 숙련도와 잦은 이직 등이 이 같은 생산성 격차로 이어진다고 파크랜드 측은 설명했다.

김영일 부산섬유패션연합회 사무국장은 "부산은 섬유산업 태동지로서 철도 항만 항공 등 물류기반과 관련 산업인프라가 구축돼 있어 국내 섬유산업의 부활을 선도할 최적지"라고 말했다.

최근 들어 부산은 아즈텍WB 등 염색 및 모직물 분야의 탄탄한 섬유제조 기반을 바탕으로 패션 '빅 브랜드' 산실로 주목받고 있다.

파크랜드를 비롯해 인디안 그린조이 트랙스타 베이직하우스 등이 부산의 대표적 의류업체들이다.

부산=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