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가 다시 악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프라임 모기지(우량 주택담보대출)와 신용카드 대출 및 오토(자동차)론 부실 우려가 미국 금융시장을 짓누르고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이어 이들 우량 채권시장에서마저 부실이 번지면 신용경색을 악화시켜 소비심리를 위축시키고 경기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금융회사인 오펜하이머의 메리디스 피트니 애널리스트는 10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2009년까지 금융시장이 신용문제로 골머리를 앓게 될 것"이라며 "월가 투자은행들은 신용경색으로 250억달러 정도의 추가 손실을 계상하고 있지만 부실규모는 내년 말까지 1700억달러로 늘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전망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외에 다양한 패키지증권 형태로 유동화된 우량 모기지와 신용카드 매출 부실화로 투자은행이 보유 중인 자산가격이 폭락할 수 있다는 점을 반영한 것이다.

실제로 프라임 모기지와 신용카드 대출 채무불이행 및 연체율은 최근 높아지기 시작했다.

특히 신용카드 및 오토론 부실은 일반 소비심리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경기에 미치는 파장은 예상보다 클 것으로 월가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미국 모기지은행연합회(MBA)에 따르면 3월 말 현재 90일 이상 연체했거나 이미 주택을 압류당한 프라임 모기지 부실비율은 1년 전보다 두 배가량 치솟은 2%를 기록했다.

경기가 나빠지면서 제때 빚을 갚지 못하는 우량 채무자가 계속 늘고 있는 셈이다.

제이 브링크먼 MBA 부사장은 "경기 둔화로 실업자가 늘고 있는 데다 주택시장 침체에 따른 가격 폭락으로 집을 팔지 못하는 사람이 늘면서 이런 현상이 빚어졌다"고 분석했다.

오토론 부실도 만만치 않다.

오토론 연체율은 지난해 말 현재 3.13%로 1년 새 22%가량 증가했다.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휘발유 가격 상승으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픽업 트럭의 중고차 가격이 지속적으로 떨어진 탓이다.

와코비아의 존 실비아 이코노미스트는 "갤론당 4달러 이상으로 치솟은 휘발유 값을 감당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차를 내다팔면 중고차 가격 하락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신용카드 및 주택담보융자 연체율 상승 속도는 오토론보다 심각하다.

전미은행연합회(ABA)에 따르면 작년 4분기 중 주택담보융자 연체율은 전년 4분기에 비해 68% 늘어난 1%로 높아졌다.

같은 기간 신용카드 연체율은 3.54%에서 4.5%로 껑충 뛰었다.

이곳저곳에서 대출 연체율이 높아지면 금융회사들이 적극적인 자금 회수에 나서고 이는 또다른 신용경색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월가의 시름은 커져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익원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