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쇼크로 지구촌 '물류대란'
기름값 급등에 항의하는 트럭 운전기사들의 시위가 잇따르면서 유럽에서도 물류대란이 일어나고 있다.

10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트럭 운전기사 수만 명이 곳곳에서 고유가 대책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여 큰 혼잡이 빚어졌다.

고유가 시위는 아시아 등 지구촌 곳곳으로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각국 정부는 뚜렷한 대책을 찾지 못한 채 고민하고 있다.

◆스페인 트럭운전사 무기한 파업

고유가 쇼크로 지구촌 '물류대란'
지난 9일부터 무기한 파업에 돌입한 스페인 트럭 운전기사들은 주요 물류센터와 항구 국경지역 등을 봉쇄하고 물류운송을 저지했다.

접경지대에선 8㎞에 달하는 트럭 항의 행렬이 이어지기도 했다.

또 트럭 운전기사들은 항의 표시로 주요 도시 주변에서 고의로 서행 운전을 했다.

이 바람에 프랑스 보르도 지방에선 30㎞,스페인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에서는 20㎞가량의 긴 차랑 정체가 빚어졌다.

운전기사들은 치솟는 유가에 생계가 위협받고 있다며 정부에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스페인 전국육상운송연합의 제이미 디아즈씨는 "기름값 급등에 트럭 운전사나 어민들뿐 아니라 모든 사람이 먹고 살기 힘들어졌다"며 "빨리 대책을 세워달라"고 주장했다.

스페인의 연료값은 지난 12개월 동안 35% 급등했다.

호세 루이스 로드리게스 사파테로 총리가 이끄는 스페인 사회당 정부는 트럭 노조에 긴급 자금을 대출하고,은퇴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의 비상 대책을 내놓았지만 트럭 운전기사들은 근본적 대책이 못 된다며 연료 가격 인하와 운송료 현실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스페인은 특히 15년 만에 최악의 경기침체를 맞고 있어 이중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포르투갈도 트럭 운전기사들의 대규모 시위로 큰 혼란을 겪고 있다.

일단의 트럭 운전기사들은 포르투갈의 휴양지 남부 알그레이브로 통하는 주요 도로를 막고 물자 수송을 방해했다.

스코틀랜드에서도 100여대의 트럭이 서행 운전하는 방식으로 시위를 벌였다.

◆슈퍼마켓에선 식료품 사재기 행렬

트럭 운전기사들의 파업으로 당분간 식료품 배송이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자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슈퍼마켓에는 미리 식료품을 사두기 위해 모여든 시민들의 줄이 길게 이어졌다.

또 앞으로 연료가 부족해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면서 주유소마다 휘발유나 디젤을 구입하기 위한 행렬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에선 주유소 열 곳 중 네 곳에서 석유가 동이 났다.

스페인 어민들도 지난달 30일부터 무기한 파업을 벌이고 있다.

유럽에서 불붙기 시작한 고유가 시위는 지구촌 곳곳으로 번져가는 양상이다.

지난달 3일에는 프랑스 화물ㆍ택시 운전사들이 시위를 벌였고 이는 불가리아 벨기에 이탈리아 영국 등 유럽 전역으로 확산됐다.

지난 4일에는 어민 500여명이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유럽연합(EU) 본부를 습격하기도 했다.

체코와 영국 등에선 공무원,교사까지 생계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시위에 동참하고 있다.

최근에는 인도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각국에서도 유류제품값 인상에 항의하는 시위와 파업이 잇따르면서 물류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유가가 고공 행진을 이어가면서 각국 정부도 소비 절감,가격 통제,감세 등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하지만 유류에 부과하는 부가가치세를 감면하자는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의 제안을 EU 회원국들이 거부하는 등 대책 수립 자체도 순조롭지 않은 상황이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