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에 춤추는 유가 … "한달내 150弗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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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가가 6일 한때 거래 정지가 될 만큼 사상 최대폭으로 급등하면서 최근 고개를 들었던 '유가 하락론'이 급속히 힘을 잃어 가는 모습이다.
오히려 "유가가 한 달 내 배럴당 150달러까지 갈 것"이라는 모건 스탠리의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유가 급등락은 투기 세력에 의해 시장이 좌지우지되고 있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 주고 있다며 'R(Recession.경기 침체)의 공포'가 재점화됐다고 7일 보도했다.
◆자취 감춘 유가 하락론
6일의 유가 폭등은 아시아 수요증가 영향으로 다음 달 4일까지 국제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에 이를 수 있다는 모건 스탠리의 분석이 촉발시켰다는 지적이다.
골드만삭스가 이달 초 "국제 유가가 2010년까지 배럴당 200달러 수준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긴 했지만 유가는 지난 5월22일 135달러를 넘어선 이후 122달러까지 밀리며 조정론이 고개를 들었었다.
하지만 이란 핵시설에 대한 공격이 불가피하다는 이스라엘 교통부 장관의 발언이 석유 시장에 내재된 수급 불안 우려를 부추겼다는 지적이다(마켓워치).
◆"유가 이성 잃었다"
"유가가 수급 현실에서 벗어나 모든 이성을 잃었다"(OPEC 관리).
이번 유가 폭등은 지난 5일 소폭의 금리 인상을 고려할 수 있다는 장 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의 발언과 급등한 미국의 5월 실업률 발표로 달러화 가치가 이틀간 유로화 대비 2% 이상 급락한 게 큰 영향을 줬다는 지적이다.
유가는 이틀간 무려 16.24달러 급등했다.유가 하락에 베팅했던 헤지 펀드들이 대거 역으로 원유선물 매입에 나선 탓이 컸다는 분석이다.
유가가 투기 자금에 의해 출렁이고 있는 셈이다.
원유를 비롯 상품 시장에 대한 기관투자가들의 참여를 제한하는 미 선물거래위원회(CFTC)의 조치가 예상과 달리 수개월 뒤에나 나올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상이 유가 상승 전망에 힘을 실어 주고 있다(마켓워치)는 진단 역시 지금의 유가는 투기에 의한 버블이라는 주장과 맥이 닿아 있다.
유가 버블론자들은 수급을 감안한 적정 유가는 배럴당 80달러에서 100달러 사이라며 버블 붕괴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씨티 퓨처스 퍼스펙티브의 에너지 애널리스트인 팀 에번스는 시장이 고유가로 인한 수요 감소폭에 눈을 돌리면 유가는 하락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번주 유가의 신기록 행진에 따른 부담으로 인한 수요 감소세가 나타날 것이라며 28명의 애널리스트 가운데 64%인 18명이 유가 하락을 예상했다고 전했다.
◆"미 경제 안정회복 희망 꺾여"
월지는 유가 급등과 실업률 상승이 미국 경제가 금리 인하와 세금 환급으로 제자리를 잡을 것이라는 희망을 꺾었다고 분석했다.
물가 상승률과 실업률을 합친 이른바 고통지수(misery index)는 5월 9.4를 기록,일시적으로 상승했던 2005년을 제외하면 1990년대 후반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라는 게 월지의 진단이다.
물가는 오르고 경기는 둔화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아마리 아키라 일본 경제산업상은 "최근 유가는 '비정상적인 수준'에 도달했다"며 "유가가 세계 경제 침체의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한국 미국 중국 일본 인도 등 5개국 에너지 장관들은 7일 산유국에 원유 증산을 촉구하고 나섰다.
5개국 에너지 장관들은 이날 일본 아오모리 시에서 회의를 갖고 수요 감소를 위해 유가 보조금 등을 단계적으로 철폐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이어 8일 열린 선진 8개국(G8)과 한국 중국 인도의 에너지장관 회의에선 에너지 절약 추진을 위한 국제협력 체제를 만들자는 내용의 '아오모리 선언'을 채택했다.
오광진 기자 /도쿄=차병석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