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호 해외파들이 시련의 시기를 맞고 있다.

검증된 해외파라는 프리미엄도 떨어진 경기력 앞에선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다.

허정무 축구대표팀 감독은 8일(한국시간) 요르단과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축구 3차 예선 4차전을 마친 뒤 "해외파라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밀릴 수 밖에 없다"며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는 일부 해외파 선수들에 대한 걱정의 목소리를 숨기지 않았다.

지난달 '지옥의 원정 2연전'을 앞두고 소집된 해외파는 모두 7명. 이중 김동진(제니트)이 종아리 부상으로 중도 탈락하면서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설기현(풀럼), 이영표(토트넘), 김두현(웨스트브로미치), 김남일(빗셀 고베), 오범석(사마라) 등 6명의 선수들이 원정길에 올랐다.

이중 박지성과 포지션이 겹치는 김두현은 요르단전 명단에서 아예 제외됐고, 선발출전한 설기현과 이영표는 부진한 모습으로 국내파 후배들에게 바통을 넘겨주고 벤치로 돌아갔다.

대신 공격의 핵을 이루는 박지성과 수비 라인의 김남일, 오범석은 풀타임을 뛰면서 해외파의 자존심을 지켰다.

"검증받은 선수들"이라며 해외파 선수들에게 절대적인 신뢰를 보냈던 허 감독의 믿음도 흔들리기 시작했고, 급기야 공개적으로 생존경쟁을 선언하게 됐다.

허 감독이 생존경쟁의 타깃으로 삼은 선수는 설기현과 이영표로 압축된다.

설기현은 지난달 28일 소집훈련 첫날 치른 고양 국민은행 평가전에서 부진한 모습으로 코칭스태프의 신뢰를 잃었고, 이영표 역시 불안해진 대인 방어와 위력을 잃은 크로스로 아쉬움을 남겼다.

설기현은 지난달 요르단과 홈 경기에서 이청용(서울)에게 밀려 벤치만 지킨 뒤 요르단 원정에는 이청용의 부상으로 출격했지만 골 기회를 잡지 못해 전반전에 교체되는 수모를 당했다.

이영표 역시 '대체 전력'인 김동진이 부상으로 빠지면서 선발을 꿰찼지만 요르단 원정에서 불안한 볼 처리로 허 감독의 질타를 받아야만 했다.

이런 지경에 이르자 "이제는 해외파와 국내파를 구분하고 싶지 않다.

오직 컨디션 좋은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나설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에 따라 투르크메니스탄 원정에는 골반 타박상을 심하게 입은 이청용(서울)이 80~90%까지 회복돼 설기현의 벤치 행이 예고되고 있고, 이영표의 선발 자리 역시 장담할 수 없게 됐다.

한 때 대표팀의 붙박이 공격수와 수비수로 공을 세웠던 설기현과 이영표가 과연 투르크메니스탄 원정을 앞두고 허 감독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을지 팬들의 걱정을 쌓여가고만 있다.

(암만<요르단>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horn9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