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물값이 금값이 되면서 사모펀드와 헤지펀드 등 대형 펀드들이 옥수수 밀 콩 등의 선물투자에 그치지 않고 농장이나 비료 곡물창고 등 실물투자에도 돈을 쏟아붓고 있다.

이 같은 투자는 장비 현대화 등을 통해 식량 생산을 늘릴 것으로 기대를 모으지만 동시에 곡물 사재기 등으로 곡물값 거품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도 낳고 있다.

5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사모펀드와 헤지펀드들은 옥수수 밀 콩 등의 선물거래에 이미 수천억달러의 자금을 쏟아부었다.

최근 곡물값 폭등은 수급 불균형에 따른 것이기도 하지만 이들 투기자금이 대거 몰려들면서 초래된 측면도 크다.

옥수수 선물가격의 경우 이날 현재 부셸당 6.46달러로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대형 펀드들은 선물투자에 그치지 않고 아예 농장을 직접 사들이거나 곡물창고 비료 수송선박 등 농업 관련 실물투자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실제 일부 펀드는 미국과 캐나다 등의 바이오에탄올 공장과 농장,수백만 부셸의 곡물을 저장할 수 있는 저장창고 등을 사들였다.

또 다른 일부 펀드는 곡물창고와 비료 유통대리점 및 곡물수송 선단 등을 매입하고 있다.

대형 사모펀드인 블랙록 등은 아프리카 사하라 남부에서부터 영국 변두리 지역에 이르기까지 농장을 구입하는 데 각각 수억달러를 쏟아붓고 있다.

이처럼 대형 펀드들이 농업 관련 실물투자에 나서는 것은 곡물값이 지속적으로 오를 것으로 예상,선물거래만으로는 수익을 챙기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예컨대 대규모 저장창고를 갖고 있을 경우 곡물가격이 상승하면 저장했다가 나중에 팔 수 있고,세계 각 지역의 가격이 다르게 움직이면 수익이 많이 나는 지역에서 팔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헤지펀드인 화이트박스의 펀드매니저 앤드루 레드리프는 "작년에 3600만부셸을 저장할 수 있는 곡물창고를 사들였다"며 "지금처럼 곡물값이 폭등하는 상황에서는 실물상품을 갖고 있지 않으면 불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