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우린 왠지 촛불 앞에서는 잔잔함을 느낀다.

형광등의 밝음에 익숙해져 촛불의 환함이 성에 차지 않을 수 있지만 언제나 그 은은함과 따뜻함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지난 추억이 슬그머니 찾아오는 깜깜한 밤에 작은 초 하나 달랑 켜 놓고 가만히 웅크리고 있어도 좋으리라.

요즘 촛불이 모처럼 인기 절정에 있다.

청계광장이나 시청 마당에 모인 사람들 손에 하나씩 둘씩 들려져 있는 촛불! 그저 멀대같이 길쭉하기만 한 촛불이 종이컵에 끼워져 천천히 자기 몸을 아프게 불태우며 할 말이 많은 것 같이 보인다.

똑같은 촛불로 모처럼 침실 분위기를 띄워 보는 것은 어떨까? 늘 같은 식으로 밋밋하게 시작하는 중년들은 끝도 밍밍하게 끝나 버리니 그게 탈이다.

노력 없이는 안방도 업그레이드되지 않는다.

동물과 다른 인간은 도구 사용에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가지고 있는 크고 작은 촛불을 모두 모아 집안을 밝히면 더 좋을 것이다.

하다 못해 생일 케이크에 따라 온 가늘디 가는 초까지라도….

젊은이들이 멋진 프러포즈를 할 때 커다란 하트 모양으로 촛불을 두 겹 세 겹 켜 놓고 그 안으로 연인을 모셔 놓고 노래를 불러주거나 반지를 끼워주며 구애작전을 펼치는 것을 TV를 통해서 보았을 것이다.

굳이 초를 켜는 이유는 판타스틱한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늘상 케이크에 꽂은 촛불을 켤 때도 집안에 있는 등은 다 끄고 노래를 부르면 훨씬 더 무드 있어 보이고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바로 촛불의 힘이다.

그러다 형광등을 켜면 기분이 확 깨버리는 걸 누구나 경험해 봤으리라.마치 정전되었다 불이 들어올 때처럼….그렇다 촛불은 밤이어야 제 맛이다.

"어느 날 집에 들어가니 남편이 거실 바닥이며 장식장 위,식탁 위아래 여기 저기 촛불을 수십 개 켜 놓고 웃으면서 빨리 들어오라고 하는데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얼마나 흥분했는지 가슴이 막 뛰는 거예요. 분위기 있는 카페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뿅 가는 순간 남편에게 달려들었죠.그날이 우리가 결혼한 지 10000일이라는 거예요. 결혼한 지 20년 넘은 구닥다리인데 누가 그런 것까지 챙기면서 살 줄 알았겠어요? 정말 기분 짱이었어요."

촛불의 은은한 불빛은 감미로운 행위와 더없이 어울린다.

더구나 분위기로 쾌감을 먼저 빨아들이는 여성들의 입장에서는 더 그렇다.

여성은 오감으로 천천히 느낀 다음에야 육체적인 반응을 보인다.

그러니 분위기를 통해서라도 부족한 능력을 메워야 하지 않을까?

"잘 안 하려고 하는 아내가 촛불이면 한방에 뿅 갑니다. 거기다 음악을 쫘악 깔아주고 와인잔 한 번 부딪치고 나면 후끈 달아오르지요. 확실히 여자들은 분위기에 약한 것 같아요. 연애할 때도 한식집보다는 조명이 죽여주는 레스토랑을 자주 갔거든요."

촛불 아래에서는 상대의 몸이 더 매력적으로 보이고 작은 몸짓이 더욱 섹시하게 느껴진다.

낮게 흔들리는 촛불을 켜 놓고 섹스를 나누다 보면 말할 수 없는 희열을 느끼며 밤의 열기 속으로 빠지게 된다.

미국 여성들은 촛불이 은은한 방에서 갖는 행위를 가장 감미로운 섹스라고 꼽았다.

행여 머리카락이라도 보일까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눈까지 감고 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그런데 남성도 나이들수록 무드에 민감하다고 한다.

40대 이후의 남성들은 분위기에 따라 부부관계가 잘 될 때가 있고 안 될 때가 있다며 분위기 의존성을 자연스럽게 이야기한다.

분위기가 좋으면 자신도 감탄할 만큼 잘 되는데,아내한테 부담을 느끼면 부부관계 도중에 거시기가 사그라들기도 한다.

그래서 집에서 새는 바가지가 밖에 나가면 문제없이(?) 안 새는 바가지도 있다.

자신을 태워서 사람 마음을 변하게 하는 촛불,다 녹아 없어지는 순간까지 한 줄기 빛으로 남아 묘한 매력을 발산하는 촛불! 아내와 남편은 아주 가끔씩 향내 나는 촛불을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한국성교육연구소 www.sexeducati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