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석제의 농담하는 카메라
성석제 지음│문학동네│338쪽│1만2000원


카메라 앵글속에 웃음꽃이 피었습니다
소설가 성석제(48·그림)에게 '농담'은 농담이 아니라 '진담'이다.

흘러가는 말장난 속에 진담을 집어넣고,그것을 알아보는 독자들에게 쾌감을 선사한다.

미처 알아보지 못하는 이에게도 최소한 배꼽을 잡고 웃을 수 있는 '재미'를 준다.

새로 나온 성씨의 산문집 ≪농담하는 카메라≫(문학동네)는 61편의 산문 속에 수준 높은 유머를 녹여낸 농담의 결정체다.

산문집을 읽다 보면 농담 속의 가슴 먹먹한 감동에 코끝이 찡해진다.

똑부러지는 해답이 없는 답답한 현실 앞에서도 웃음짓게 만든다.

성씨도 '작가의 말'에서 '농담 유전자는 인류의 조상이 물려준 생존에 불가결한 유전자이다.

농담 유전자는 개인에게는 건강을 선물하고 공동체의 활기를 높여준다.

그러고 보면 우리는 원래 건강하고 수준 높은 삶을 살게 되어 있었다.

물론 이것은 농담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예전 산문집과 달라진 것은 그가 오랜 시간에 걸쳐 찍은 사진들이 농담들과 함께 실려 있다는 점.감탄할 만한 풍경이나 재미있는 장면만 담긴 것은 아니지만 그가 달아놓은 기발한 캡션과 사연 덕분에 사진들의 생명력이 더욱 빛난다.

그가 본격적으로 카메라를 만지게 된 것은 1985년.야시카 일안 리플렉스 필름카메라를 가지면서부터다.

얼리어답터를 자처하는 까닭에 비교적 일찍 디카를 손에 들게 됐고 지금은 미놀타,루믹스를 거쳐 캐논 DSLR 카메라를 항상 갖고 다닌다.

삶 자체가 카메라인 동시에 필름 혹은 메모리카드이자 인화지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산문집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눠져 있다.

1부 '나는 카메라다'에는 시계,막국수,생맥주,지리산,파이(원주율) 등 작가의 무한한 애정과 관심이 담긴 기억과 단상이 펼쳐진다.

2부 '길 위의 문장'은 제주도,설악산,속초,미국 시애틀 등 곳곳의 여행길에서 겪은 에피소드를 생중계한다.

3부 '마음의 비경'은 때와 장소를 막론하고 출몰하는 우리 주변의 고집불통,엉뚱한 이웃들의 생활백서다.

주제는 다르지만 이 모든 얘기를 관통하는 것은 자기 삶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다.

주변의 소품 하나하나에 기억과 의미를 담아두고 거기에다 농담까지 덧붙여 말할 수 있는 것은 삶에 대한 애착이 없는 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자전거를 두고서는 시와 춤,노래와 암벽타기,사랑을 얘기한다.

'일단 안장 위에 올라선 이상 계속 가지 않으면 쓰러진다.

노력하고 경험을 쌓고도 잘 모르겠으면 자연의 판단-본능에 맡겨라.'(<어느 날 자전거가 내 삶 속으로 들어왔다> 중)

현대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도 잊지 않는다.

대중의 입맛에 맞추느라 고추는 맵지 않게 되고,씀바귀는 쓰지 않게 된 것을 보고 그는 '순치된 음식을 먹는 우리 역시 순치된 존재로 살아가야 하는 건 아닐까.

(중략) 원래 있던 그대로의 개성이나 취향 정도는 죽을 때까지 지켜야 하는 건 아닐까'(<쓴맛 매운맛> 중)라고 반문한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