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는 와중에도 신용카드를 이용한 소비는 오히려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5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올들어 5월까지 신용카드 사용액(현금서비스 제외)은 121조3천990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20.85% 늘었다.

5월 한달 동안의 카드 사용액도 25조2천750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19.99%, 전월 대비 2.33% 증가했다.

국내 경기가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원자재값 급등 영향으로 물가가 치솟는 상황에서도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지 않고 있는 것이다.

카드소비액이 급증한 1차적인 원인은 생필품의 가격이 올라 명목 사용금액이 늘었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는 작년 동기 대비 4.9% 올랐으나 식료품 등 일상생활에서 자주 구입하는 품목으로 구성된 생활물가지수는 5.9%나 뛰었다.

특히 국제유가 급등 여파로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은 25.3%나 치솟았다.

실제 국내 신용카드 사용액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비씨카드의 올들어 4월까지 업종별 결제금액을 보면 주요소에서 쓴 신용카드 사용액은 1년 전에 비해 30.3% 증가했다.

같은 기간 대형 할인점 결제금액도 16.6%나 늘어나 소비자들이 생필품 가격이 올랐다고 해서 소비를 쉽게 줄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포츠레저(31.3%), 건강식품(19.3%), 여행(17.1%), 학원(14.7%), 백화점(13.1%) 등의 업종에서도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여신협회 관계자는 "올들어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업종에서 물가상승이 반영돼 카드사용이 증가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올해 월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4%대인 점을 감안하면 명목 사용금액 증가만으로 20% 수준의 카드소비 급증을 설명하기는 힘들다.

업계에선 작년 이후 카드사들이 가입자 유치를 위한 마케팅을 강화하면서 각종 할인과 적립 등 혜택을 늘림에 따라 전체 소비에서 카드결제가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난 것도 카드 사용급증의 원인으로 꼽고 있다.

권영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카드사들이 판촉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각종 혜택을 늘림에 따라 이를 고려한 소비자들의 카드 사용금액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권 연구원은 "향후 물가가 더 오를 것이라는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도 카드소비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아직 연체율이 늘어나고 있지는 않지만 소득 증가에 비해 소비가 과도하게 늘어날 경우 연체가 쌓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호준 기자 hoj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