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투자은행들의 무더기 신용등급 하락으로 신용경색 악몽이 미국 월가를 짓누르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채권보증회사(모노라인)의 신용등급 하향 조정이 예견되고 있다.

신용경색 우려가 증폭되면서 뉴욕 증시는 국제유가 하락과 예상을 웃도는 경제지표 발표에도 불구하고 혼조세를 보였다.

무디스는 4일(현지시간) 채권보증회사인 MBIA와 암박의 신용등급을 각각 'Aaa'에서 'Aa' 혹은 'A'로 1~2단계 낮출 수 있다고 밝혔다.

신규 사업 전망이 밝지 않은 데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예상보다 많은 모기지 관련 보증 손실을 볼 수 있다는 것을 그 이유로 꼽았다.

채권보증회사의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이들이 보증한 관련 증권 가치가 연쇄적으로 하락해 결과적으로 이들 증권에 투자한 금융권은 큰 손실을 보게 된다.

두 회사의 보증 잔액은 1조달러에 이른다.

이날 MBIA와 암박 주가는 각각 15%,17% 급락했다.

이에 따라 지난 3월까지 국제 금융시장을 강타했던 신용위기가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주택 가격 하락→모기지 부실화→투자은행 등 금융회사 부실자산 증가→채권보증업체 신용등급 하락 등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로 인한 신용위기가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메릴린치 모건스탠리 등 주요 금융회사 신용등급이 한 단계씩 낮춰졌으며 리먼브러더스는 다시 유동성 위기설이 나돌고 있다.

월가에선 유동성이 충분하다는 리먼브러더스 측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자금 악화설을 잠재우기 위해 추가 자본조달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그린라이트캐피털은 "현재 리먼이 갖고 있는 65억달러 규모의 CDO(부채담보부증권) 중 25%가량이 신용등급 BB 이하여서 추가 상각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뉴욕 증시는 미 서비스업 경기와 민간 부문 고용이 예상보다 호조를 보였지만 신용위기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혼조세를 보였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