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고용포럼 개막] 해고 쉽게 해줘야 기업도 마음놓고 일자리 창출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고용없는 성장' 해법찾기 좌담회
"고용을 늘리기 위해선 기업들이 자유롭게 해고할 수 있도록 유연성을 보장해 주는 게 중요합니다.
그래야 기업들의 인력운영에 탄력이 붙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고 이것이 자연스럽게 일자리로 이어지게 됩니다.
" 성균관대학교 600주년 기념관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고용포럼 참석차 방한한 세계적인 고용 분야 권위자인 크리스토퍼 피사리데스 런던 정경대 교수는 지난 2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이영희 노동부장관,이종원 한국경제학회장(성균관대교수)과 대담을 갖고 고용 없는 성장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이같이 밝혔다.
그는 경직돼 있는 고용시장에 유연성을 불어넣는 게 핵심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종원 한국경제학회장=주요 선진국의 노동정책 패러다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궁금합니다.
▷피사리데스 런던정경대 교수=유럽은 노동정책에서 다양성을 보이는 지역입니다.영국과 아일랜드는 미국처럼 노동정책을 짜는데 정부의 개입이 적은 편입니다.
반면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은 정부가 깊숙이 간여합니다.
프랑스와 독일은 또 정부의 개입은 중간 정도인데 고용 성적은 뒤처지는 편입니다.이들 국가의 경험에서 배울 점은 노동관련 정책에서 경제정책과 사회정책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경제정책과 관련해선 기업 등 고용주에게 일자리 창출과 해고의 유연성을 확보해 주는 게 중요합니다.정부정책에 노조나 기타 사회단체의 개입이 있어선 안됩니다.정부도 노조나 협회 등 이익단체의 개입이 없도록 해야 합니다.
사회정책 측면에선 유연성이 높아지면 근로자가 고용불안정,불확실성을 느끼는 만큼 이를 정부가 해결해 줘야 합니다.
결국 정부는 노동자에겐 고용불안을 해소해주면서 고용주에겐 유연성을 보장해 주는 정책을 취하는 게 중요합니다.
▷이영희 노동부장관=정부의 노동정책에 노동단체나 협회 등이 지나치게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씀하셨는데,그게 가능합니까.
▷피사리데스 교수=노조의 개입을 제한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사회안전망 조치가 있으면 노조의 저항이 상대적으로 적게 됩니다.
유럽에선 영국의 대처 정권 시절처럼 클로즈드숍을 폐지하는 등 극단적인 방법으로 노조의 권한을 제한한 경우도 있습니다.스칸디나비아에선 후한 보상을 근로자에게 제공하는 방법으로 노조의 순응적 협력을 유도했지요.
▷이 회장=유럽에서 고용정책의 모범이 될 만한 사례를 든다면.
▷피사리데스 교수=구체적으로 덴마크와 스웨덴의 사례를 들 수 있습니다.근로자들이 실직할 경우 실업수당은 후하게 받지만 그 기간이 짧습니다.
계속 보조금을 주지 않습니다.실직한 후에 다른 일자리로 옮기는 기간에만 과도기적으로 실업수당을 제공하지요.
▷이 회장=한국에선 덴마크의 유연안전성(FLEXI-CURITY)이나 네덜란드의 유연성 모델에 관심이 많습니다.
▷피사리데스 교수=유연안전성에 대해선 국가마다 선호가 다릅니다.그리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 남유럽을 보면 세금 부담이 커져 그 패러다임을 받아들이기 꺼려합니다.이 제도는 투명한 조세제도가 성공의 조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가장 좋은 접근법은 이상적인 모델 가운데 가능한 것 몇 가지만 우선 도입해 보는 것입니다.6개월 실업수당만 도입하고 교육 연수 부문은 잠시 미루는 식으로 말입니다.네덜란드는 파트타임 같은 유연한 형태의 일자리를 도입했습니다.특히 여성이 노동시장에 많이 유입돼 여성 고용률이 높아졌지요.
▷이 회장='고용없는 성장'은 한국을 비롯해 많은 나라들이 겪는 문제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해법은 있나요.
▷피사리데스 교수=고용없는 성장이 꼭 나쁜 건 아닙니다.생산성이 높아졌다고 볼 수 있지요.더욱이 신기술 개발이나 수출 측면에서 보면 이런 상황이 나쁘지만은 않습니다.현재의 성장단계에서 고용없는 성장은 불가피한 면이 있습니다.경제성장 초기에는 농업부문에 종사하는 노동력이 제조업과 기본서비스 분야로 이동했지만 어느 정도 경제가 성숙된 단계에선 저숙련인력을 필요로 하는 서비스분야가 생겨납니다.
청소부나 백화점 판매요원 등 '까탈스런 수요'가 만들어지는 셈이죠.이같은 저숙련 부문은 주로 이주 노동자가 유입돼 충족시키게 됩니다.
▷이 장관=정부는 고용효과가 큰 서비스산업 일자리 창출에 관심이 많습니다.
▷피사리데스 교수=서비스 분야 일자리 창출은 올바른 방향입니다.제조업은 일자리를 추가하기 힘들고 제조업강국 중국이 인접해 더 어려울 것입니다.한국은 더 많은 여성을 노동시장에 유입시키는 게 중요합니다.출산율이 가장 낮은 수준인데 탁아소 같은 육아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기반을 확충하고 파트타임 등 다양한 일자리를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회장=청년 고용 문제가 심각합니다.기업이 경험 많은 노동자를 원하기도 하고 노조가 신입사원의 수를 제약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 장관=청년 실업률이 일반실업보다 2배나 높습니다.전체적인 고용 상황을 볼 때 미스매치(수급불일치)도 문제입니다.청년층은 좋은 일자리를 잡기위해 취업을 기다리고 있고 일부 대기업 입사시험 땐 수백대 일의 경쟁이 일어나기도 합니다.반면 중소기업은 사람이 오질 않아 애를 태웁니다.
정부도 고용지원,직업훈련,고용촉진센터운영 등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한계를 느끼고 있지요.
▷이 회장=우리 정부의 노동정책 패러다임이 무엇인지 좀 더 정확히 알고 싶습니다.
▷이 장관=새정부가 탄생한 지 100일이 지났습니다.새 정부의 노동정책을 여러 차례 밝혔으나 여전히 정부와 국민의 소통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고용과 관련해 정부는 300만개의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또 이것을 달성하기 위해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노동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근로관계를 규제하는 법제를 유연하게 하는 것이고 둘째는 노사관계 안정을 통해 기업투자를 늘리고 외국자본 유치를 유도한다는 겁니다.
정리=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