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데스크] '造船신화' 이후가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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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국내 조선업체들은 배를 짓는 도크(dock)의 신ㆍ증설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었다.
경쟁사가 도크를 새로 만드는 것을 감시하기 위해 헬리콥터까지 띄워 항공사진을 찍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출혈경쟁이 벌어지는 와중에 경쟁사가 도크를 증설하면 '밥그릇'이 그만큼 줄어들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당시 조선 산업정책의 핵심은 도크의 신ㆍ증설 허용 여부였다.
90년대 후반 들어 조선업계는 최대 일감 공급원으로 부상한 한국가스공사의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 건조사업을 놓고 또 한 차례 격돌했다.
척당 1억달러에 이르는 당시로선 어마어마한 물량을 양보할 수 없었다.
기존 업체와 신규 업체 간 설전이 벌어졌다.
LNG를 담는 탱크를 원통형으로 둥글게 만드는 모스형과 사각형인 멤브레인형 기술을 놓고 '우리 것이 우월하고 안전하다'며 신경전을 벌였다.
일감이 적어 국내 발주물량을 놓고 다투고 해외에서는 적자수주를 불사했던 불과 10여년 전의 얘기다.
요즘에는 중소 조선사의 신규 참여를 걱정하는 시각은 있어도,도크를 놓고 논란이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다.
3년치가 넘는 일감을 확보한 대형 조선회사들은 해외 선주들의 주문을 골라서 받아들이고 있다.
도크 없이도 배를 짓는 '한국형 조선기술'이 안착하면서 초대형 크레인은 조선소의 상징이 됐다.
무게 수백t에 이르는 대형 블록(조립용 선박 몸체)을 장난감 레고블록처럼 크레인으로 조립하는 모습은 한국의 조선 기술이 왜 발군의 세계 1위인지를 설명해준다.
맨땅에서 배를 지어보자는 발상의 전환은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500원짜리 지폐에 들어있던 거북선 그림을 내세워 조선소를 짓기도 전에 선박을 수주했던 신화에 비견할 만한 한국 조선업계의 '창조물'이다.
대형 블록과 거대한 크레인을 활용한 기술,배를 다 지은 뒤 물에 띄우는 대신 반쯤 가라 앉힌 상태에서 여러 척을 동시 건조해 시공기간을 크게 줄인 '텐덤 침수공법' 등이 발상의 전환을 통해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었다.
이런 발상의 전환,생각의 진화는 한국 조선업계가 지난달 단일 품목으로는 월간 사상 최대인 49억달러의 수출을 하며 5개월째 적자행진을 하던 한국의 무역수지를 흑자로 돌려놓는 원동력이 됐다.
세계적 원자재난과 에너지쇼크,물가폭등,쇠고기 갈등 등 어디를 둘러봐도 답답하기만 한 현실 속에서 조선산업은 모처럼 시원한 희망을 던졌다.
하지만 조선산업의 호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장담할 수 없는 게 냉혹한 현실이다.
세계 1위를 뺏긴 일본의 역공과 중국의 추격이 만만치만은 않다.
반도체 신화가 주춤해진 이후의 수출 포트폴리오를 조선에만 의존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친기업 정책을 내세운 이명박 대통령이 쇠고기 파동의 역풍에 휘말리면서 지지율이 역대 최저치를 맴돌고 있다.
정책 컨트롤 타워기능은 말 그대로 마비될 지경이다.
기업들이 걱정하는 것은 10년 좌파정책을 대체한 시장주의,기업중심 정책기조가 자신감을 잃을 수 있다는 점이다.
기업 의욕과 도전정신이 분위기에 휘말려 위축되는 일이다.
미래를 위해 자유롭게 발상하고 유연하게 활동하도록 해야 할 기업환경이 다시 과거로 돌아가지나 않을지 우려하고 있다.
유근석 산업부 차장 ygs@hankyung.com
경쟁사가 도크를 새로 만드는 것을 감시하기 위해 헬리콥터까지 띄워 항공사진을 찍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출혈경쟁이 벌어지는 와중에 경쟁사가 도크를 증설하면 '밥그릇'이 그만큼 줄어들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당시 조선 산업정책의 핵심은 도크의 신ㆍ증설 허용 여부였다.
90년대 후반 들어 조선업계는 최대 일감 공급원으로 부상한 한국가스공사의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 건조사업을 놓고 또 한 차례 격돌했다.
척당 1억달러에 이르는 당시로선 어마어마한 물량을 양보할 수 없었다.
기존 업체와 신규 업체 간 설전이 벌어졌다.
LNG를 담는 탱크를 원통형으로 둥글게 만드는 모스형과 사각형인 멤브레인형 기술을 놓고 '우리 것이 우월하고 안전하다'며 신경전을 벌였다.
일감이 적어 국내 발주물량을 놓고 다투고 해외에서는 적자수주를 불사했던 불과 10여년 전의 얘기다.
요즘에는 중소 조선사의 신규 참여를 걱정하는 시각은 있어도,도크를 놓고 논란이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다.
3년치가 넘는 일감을 확보한 대형 조선회사들은 해외 선주들의 주문을 골라서 받아들이고 있다.
도크 없이도 배를 짓는 '한국형 조선기술'이 안착하면서 초대형 크레인은 조선소의 상징이 됐다.
무게 수백t에 이르는 대형 블록(조립용 선박 몸체)을 장난감 레고블록처럼 크레인으로 조립하는 모습은 한국의 조선 기술이 왜 발군의 세계 1위인지를 설명해준다.
맨땅에서 배를 지어보자는 발상의 전환은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500원짜리 지폐에 들어있던 거북선 그림을 내세워 조선소를 짓기도 전에 선박을 수주했던 신화에 비견할 만한 한국 조선업계의 '창조물'이다.
대형 블록과 거대한 크레인을 활용한 기술,배를 다 지은 뒤 물에 띄우는 대신 반쯤 가라 앉힌 상태에서 여러 척을 동시 건조해 시공기간을 크게 줄인 '텐덤 침수공법' 등이 발상의 전환을 통해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었다.
이런 발상의 전환,생각의 진화는 한국 조선업계가 지난달 단일 품목으로는 월간 사상 최대인 49억달러의 수출을 하며 5개월째 적자행진을 하던 한국의 무역수지를 흑자로 돌려놓는 원동력이 됐다.
세계적 원자재난과 에너지쇼크,물가폭등,쇠고기 갈등 등 어디를 둘러봐도 답답하기만 한 현실 속에서 조선산업은 모처럼 시원한 희망을 던졌다.
하지만 조선산업의 호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장담할 수 없는 게 냉혹한 현실이다.
세계 1위를 뺏긴 일본의 역공과 중국의 추격이 만만치만은 않다.
반도체 신화가 주춤해진 이후의 수출 포트폴리오를 조선에만 의존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친기업 정책을 내세운 이명박 대통령이 쇠고기 파동의 역풍에 휘말리면서 지지율이 역대 최저치를 맴돌고 있다.
정책 컨트롤 타워기능은 말 그대로 마비될 지경이다.
기업들이 걱정하는 것은 10년 좌파정책을 대체한 시장주의,기업중심 정책기조가 자신감을 잃을 수 있다는 점이다.
기업 의욕과 도전정신이 분위기에 휘말려 위축되는 일이다.
미래를 위해 자유롭게 발상하고 유연하게 활동하도록 해야 할 기업환경이 다시 과거로 돌아가지나 않을지 우려하고 있다.
유근석 산업부 차장 y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