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은 벌써부터 폭염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세르비아의 수도 베오그라드는 며칠 전 기온이 섭씨 39도까지 치솟아 5월 기온으로는 12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는 고온으로 철도가 휘어 열차운행이 중단되기도 했다.

불가리아와 마케도니아 또한 35~38도의 때이른 더위에 신음하고 있다고 한다.

유럽의 더위는 가히 살인적이다.

2003년엔 프랑스와 스페인 등지에서 무려 3만5000명이 폭염으로 숨지는 대재앙을 겪었고,해마다 수백명이 이상고온으로 목숨을 잃고 있는 지경이다.

그런가 하면 산불도 잦아 그리스의 경우는 화마가 국토의 절반을 집어 삼켰다.

여름철의 지중해는 원래 고온인데 여기에 기후변화에 따른 온도 급상승으로 일어나는 현상들이다.

이제 폭염은 홍수나 태풍보다도 훨씬 더 무서운 자연재해로 등장했다.

사망자 수에서도 그렇고,폭염으로 인한 심장질환,당뇨병,고혈압,호흡기 질병이 주민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특히 열섬현상이 나타나는 도시지역이 심한 편이며,노약자와 어린이들에게는 치명적이다.

우리나라의 고온현상도 심각한 편이다.

세계 평균 기온상승률보다 높아 여름이 길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발표를 보면 해마다 200명 정도가 폭염의 직ㆍ간접적인 영향으로 사망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기상청은 국민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6월부터 9월까지 '폭염특보제'를 실시키로 했다.

여름철 무더위로 받는 스트레스를 지수화한 '열지수'와 '최고기온'을 이용해 폭염주의보나 폭염경보를 발령하는 것이다.

유럽 각국은 갈수록 커지는 폭염피해를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10여년 전 시카고에서 폭염의 위력을 실감한 미국은 며칠 전 장래의 폭염피해를 예고한 보고서를 공개했다.

기후변화가 미칠 영향을 미리 가늠해 본 것이다.

우리도 이번 폭염특보제를 계기로 세부적이고 실천적인 종합대책이 마련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영배 논설위원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