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계적인 소프라노 조수미가 국내에 오면 서울 역삼동 리츠칼튼호텔 스위트룸에서 주로 머문다.

이 객실에는 파블로 피카소의 시가 1억5000만원짜리 판화 ‘라 피크(La Pique)’와 ‘행복한 눈물’로 유명한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임퍼펙트(Imperfect)’(시가 2억5000만원)가 걸려 있다.

홍자영 리츠칼튼 홍보실장은 “리히텐슈타인의 작품은 피카소 작품을 자신의 회화기법으로 재구성한 것이어서,VIP 투숙객들이 원작과 재구성작을 비교 감상할 수 있게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2.서울시립미술관에서 지난해 11월 말부터 100일간 열린 ‘반 고흐전’은 82만명이 다녀갔는데,비슷한 시기에 반 고흐전이 열린 곳이 또 있다.

밀레니엄 힐튼호텔이 지난해 10월말부터 3개월간 ‘반 고흐 레플리카 한정판 전시회’를 마련한 것.레플리카(replica)란 동일한 재료·방법·기술을 이용해 원작을 재현한 것을 의미한다,고흐의 ‘펠트 모자를 쓴 자화상’,‘노란 집’,‘해바라기’등 30점의 작품이 한정판(작품당 10점)으로 제작됐다.

한 점당 가격이 200만원대에 달했지만 선물·수집용으로 200여점이나 팔려나갔다.

이처럼 호텔이 단순한 숙박공간을 넘어서 예술작품을 전시하는 갤러리 수준으로 진화하고 있다.

다양한 미술 전시행사를 열어 고객과 미술 애호가들의 관심을 끌고,예술작품을 곳곳에 배치함으로써 호텔 품격을 높이는 일석이조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리츠칼튼호텔의 로비 중앙엔 미국 작가 솔 르윗의 ‘월 드로잉 #586(Wall Drawing #586)’이 걸려 있다.

기하학적 형상의 대가인 그의 작품은 현재 시가 5억원을 호가한다.

로비 에스컬레이터 앞에는 김창열 화백의 ‘물방울’과 피카소의 ‘킹 시리즈’ 등이 전시되어 있다.

하얏트 리젠시 인천의 로비에는 비디오아티스트 백남준의 ‘The 25,000 Years Old Man’(시가 5억원)이 설치되어 있다.

인간이 미술에 처음 눈을 뜬 2만5000년 전 크로마뇽인을 15개의 플라스틱 TV 캐비닛으로 형상화했다.

서울 광장동 W호텔 로비에도 전자조각 분야의 대가 다니엘 로진의 작품 ‘나무거울’이 설치되어 있다.

갤러리 수준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특급호텔들의 전시회와 자선경매 행사도 잇따르고 있다.

리츠칼튼 호텔은 ‘반 고흐 레플리카 한정판 전시회’를 지난 달 5일부터 열고 있다.

지난해 8월부터 두 달 동안 조영남 현대미술쇼를 연 밀레니엄 힐튼은 지난달 19일부터 이달 말까지 150여명의 조각가들로부터 기증받은 작품을 전시하고 판매대금 전액을 숭례문 복원기금으로 내놓을 예정이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