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장관고시 강행..중대 분수령될 듯
민노총, 6월항쟁 계승 대정부 투쟁 선언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로 촉발된 `촛불시위'가 노동계 하투(夏鬪)의 동력원으로 작용할지 노동 당국이 예의주시하고 있다.

국민 정서에 반하는 투쟁일변도의 노선으로 그동안 위축된 모습을 보였던 노동계가 촛불시위를 계기로 상당 부분 기력을 회복하는 형국이다.

특히 정부가 29일 오후 쇠고기 수입 위생조건 고시를 강행함에 따라 노동계와 곳곳에서 물리적 충돌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금주가 이번 사태의 중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민주노총은 이날 "국민을 무시하는 고시강행은 이명박 정부의 대국민 선전포고"라며 "이제는 `6월항쟁'의 정신을 계승해 국민과 함께 전면적인 대정부 투쟁에 나선다"고 밝혔다.

국민들의 외면으로 그동안 몸을 낮출 수 밖에 없었던 노동계에 쇠고기 문제는 결정적 호재가 됐다.

사실 민주노총은 지난 1월 당시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경찰 출석요구에 불응한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과의 면담을 파기했을 때만 해도 단지 `유감'을 표시하는데 그쳤다.

노동계에 대한 이 당선인의 인식을 우려하면서도 경제를 살리기 위해 `법과 원칙'을 지키겠다는 데는 뾰족한 대응방안이 없었던 것.
하지만 정부로부터 소외감을 느끼며 돌파구를 찾고 있던 민주노총은 이달 초부터 시작된 촛불시위를 계기로 대대적인 반격을 개시하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으로 촉발된 국민들의 반정부 감정을 추동력 삼아 촛불시위를 자연스럽게 하투로 연결시킨다면 여론이 과거만큼 나빠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국민과 함께 하는 투쟁인 만큼 협상력도 극대화될 것으로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민주노총은 지난 13일 기자회견을 열어 "그동안 정부가 왜곡할 것을 우려해 대외적으로 파업이라는 말을 자제해왔는데 현재 조합원 내부에서는 `파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쇠고기 파동을 6~7월의 하투와 연계시킬 방침을 분명히 했다.

산하 산별노조들도 사용자측과의 임단협 등에서 미국산 쇠고기 급식 금지 등을 주요 의제로 거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가운데 민주노총은 지난 24일 청계천 촛불집회에 참석한 데 이어 이곳에서 무기한 항의농성을 벌이고 있다.

또 27일 밤 미국산 쇠고기를 보관중인 경기도 남부지역의 냉동창고 앞에서 촛불문화제를 연데 이어 29일에는 현장에 집결해 출하를 저지한다는 방침이다.

민주노총은 산별노조별로 12개 냉동창고를 담당, 고시 직후부터 100~300명씩 냉동창고에 보내 출하저지 시위를 동시다발적으로 벌일 것으로 알려져 경찰과의 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

민주노총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명박 정부가 기어이 넘지 말아야 할 선을 오늘 넘었다"면서 "우리는 이명박 정부가 스스로 국민의 주권을 대표하는 정부이기를 거부하고 미국 축산업자의 대변자로 나선 만큼 국민과 함께 전면적인 대정부 투쟁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또 장관 고시철회와 재협상 촉구를 위해 미국산 쇠고기 운송거부 및 저지 투쟁을 기점으로 국민 촛불시위에 더욱 적극적으로 결합하면서 민주노총 차원의 적극적인 정치적 입장 개진과 대중행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오전부터 미국 쇠고기 수입반대를 위한 대국민 선전전에 나선데 이어 30일 오후 2시 전국 14곳의 미국산 쇠고기 보관창고 앞에서 규탄집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또 장관고시가 관보에 실리는 내달 3일 오전 9시부터 전면적인 운송저지 투쟁에 나서는 동시에 `이명박 정권 규탄 결의대회'를 갖고 `6월항쟁' 당일인 10일에는 `총력집중 민주노총 결의대회'를 개최하는 등 촛불시위로 확보한 동력을 계속 이어나갈 방침이다.

이날 장관고시를 계기로 이미 문화제의 수준을 넘어선 '촛불 거리시위'가 확산될 경우 하투를 향한 노동계의 행보에 더욱 힘이 실릴 전망이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대선에서 한나라당과 정책연대를 맺고 밀월관계를 유지해온 한국노총마저 공공부문 구조조정과 관련해 `정책연대 파기'를 운운하는가 하면 민주노총과의 연대 가능성까지 열어둔 채 정부를 사면초가로 몰아넣고 있다.

공공기관 기관장 물갈이 이후 본격화될 구조조정을 놓고 노정관계가 급속히 경색되면서 전면전의 가능성도 배제할 없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민주노총이 촛불시위를 최대한 활용함으로써 전투력을 극대화하고자 하는 전략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할지는 불투명하다는 게 노동계 안팎의 시각이다.

무엇보다 유가급등 등으로 인해 국가경제의 어려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고 `정치적'인 총파업에 대해 국민들이 `자발적인' 촛불시위 만큼 지지를 보내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서울연합뉴스) 정규득기자 wolf85@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