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와 아버지는 척박한 환경에서 엑스레이 진단기기를 세계 최고의 제품으로 만들었습니다.

지금부터 '리스템'을 글로벌 브랜드로 키우는 게 제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상진 해외사업부 팀장(27)은 패기가 넘치는 신세대지만 아버지 문창호 대표 앞에서는 설설 긴다.

고개조차 제대로 들지 못할 정도다.

문 팀장의 표현대로 문 대표가 '호랑이와 같은 엄부(嚴父)'이기 때문이다.

그는 서울 신구중 3학년 시절 미국으로 유학해 플로리다주립대에서 마케팅과 국제경영을 전공했다.

당초 기계공학을 배워 엔지니어가 되고 싶었지만 아버지가 해외영업에서 고생하는 것을 보면서 마음을 바꿨다.

대학 졸업과 함께 2005년 9월 입사했다.

문 팀장은 "새로운 거래처를 뚫기 위해 해외출장을 갈 때마다 힘겨워하던 아버지의 짐을 덜어주고 싶었다"며 "회사에 들어온 뒤 아버지께 해외영업을 맡겠다고 자원했다"고 말했다.

문 팀장은 작년 9월 회사의 신용을 떨어뜨리는 '대형 사고'를 쳤다.

수출업무를 맡으면서 러시아 업체에 배삯만 계산해 청구했던 것.

통상 배삯에 하역 서류비 등 부대비용을 모두 포함시켜야 했는데 이를 누락하는 실수를 범했다.

문 팀장은 "나흘간 전화로 통사정해 러시아 업체로부터 누락된 비용을 겨우 받을 수 있었지만 아버지로부터 된통 혼났다"고 털어놨다.

말뿐만 아니었다.

아버지께 손바닥으로 뒤통수가 화끈거릴 정도로 몇 대 얻어맞았다.

문 팀장은 "학창 시절에는 맞은 적이 한번도 없었는데 입사해서는 종종 '구타'를 당한다"며 겸연쩍게 웃었다.

문 팀장은 아버지의 혹독한 단련을 통해 엑스레이 진단기기의 명가를 이어갈 '기둥'으로 성장하고 있다.

문 대표는 "나도 아버지(창업주)로부터 빗자루로 얻어맞아 가면서 일을 배웠다"며 "잘못했으면 혼내야지 마냥 품속에 끌어안고 있어서 되겠느냐"고 강조했다.

문 대표는 지금까지 문 팀장의 성과가 'B+'는 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문 대표는 "해외영업을 하기 위해서는 일단 외국에서 영어소통이 원활해야 하는데 아들놈은 그런 편"이라며 "현재까지 해외 영업현장을 돌아다니면서 젊음을 무기로 각종 어려움을 잘 극복하며 배우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문 팀장은 해외영업을 맡은 지 1년 만에 남미시장을 뚫었다.

일본에서 무상 지원받은 중고 제품이 대부분인 페루에 2006년 8월 32대를 수출한 것.문 팀장은 3개월 남짓 페루에서 살다시피했다.

페루 수도 리마의 병원을 찾아다니며 일본 제품에 비해 성능면에서 손색이 전혀 없다고 소개했다.

문 팀장은 "일본제 중고제품을 새 것으로 바꾸고 싶어했던 페루 의사들의 입맛에 딱 떨어진 결과였다"고 설명했다.

문 팀장은 업무를 마친 저녁이면 어김없이 연구실에서 엑스레이 진단기기를 직접 뜯어보고 조립하는 데 시간을 보낸다.

그는 "해외에 제품을 파는 게 업무지만 어디를 가든 회사가 만든 전 모델을 혼자서도 AS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추기 위한 것"이라며 "이 분야 최고의 영업맨이 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