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제1의 복병'은 국제유가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 1분기 평균 유가(두바이유 기준)는 배럴당 91달러38센트로 지난해 평균(68달러43센트)보다 22달러95센트 올랐다.

최근에는 계절적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유가는 상승세를 지속해 서부텍사스산원유(WTI)선물 가격이 130달러를 돌파했고 두바이유 역시 120달러대까지 올랐다.

문제는 앞으로 유가가 얼마나 더 오를지 아무도 자신 있게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연초 전망치 크게 빗나가

올해 초 국제유가가 100달러를 넘어서면서 한 해를 시작했는 데도 대부분의 예측기관들은 하반기에 가서 유가가 진정세를 보여 한 해 평균 배럴당 85달러 선으로 안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생겨난 세계경기 침체 및 석유수요 감소 전망,미국의 석유재고 증가,투기자금 유입 감소 등으로 석유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후 미국의 금리인하와 달러화 약세로 주식 및 채권 등 금융시장에 머물러있던 자금이 실물시장으로 빠르게 유입되면서 급등세로 돌아섰다.

여기에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고유가 방임 정책 및 이라크의 정정 불안 지속 등이 겹치면서 앞으로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배럴당 100달러 선을 국제유가 최악의 시나리오로 보고 경영계획을 짰던 국내 기업들로서는 어려움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기업들에 불확실성은 굉장히 큰 위험요인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기업들의 불안감은 갈수록 더해가고 있다.

한국석유공사는 작년 말에 올해 평균 유가를 배럴당 77달러50센트(두바이유 기준)로 전망했다.

하지만 금융시장 악화로 자금이 석유시장 등 상품시장에 집중 유입되면서 국제유가가 연중 배럴당 200달러를 찍을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구조적 상승 요인 여전

국내.외 유가 전망기관들에 따르면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원유 수급 여건은 다소 개선될 것으로 예상됐다.

여기에다 달러화 약세가 둔화될 것으로 보여 유가안정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유가가 떨어질 때 그동안 고유가의 열매를 향유하던 OPEC이 감산으로 돌아설 가능성을 간과할 수 없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미국 멕시코만에 허리케인이 찾아오는 시즌인 것 등을 감안하면 돌발 변수에 의한 갑작스런 유가 상승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구조적 상승요인이 존재한다는 점도 하반기 국제유가 전망을 어둡게 만들고 있다.

선진국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개발도상국의 에너지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개발 열기가 불고 있는 이들 국가에서는 고유가에도 아랑곳 없이 수송용과 산업용 유류를 중심으로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

이는 개도국들이 자국 산업보호를 위한 보조금 정책을 꾸준히 가져가면서 고유가 충격을 상쇄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석유 공급능력에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석유 시추나 개발 생산 설비,숙련 인력 등이 여전히 태부족이다.

자원 부국들의 국유화에 따라 매장량이 있어도 접근이 제한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게다가 OPEC은 지속적인 고유가 정책을 고집하고 있다.

따라서 대부분의 석유시장 전문기관들은 올해 국제유가가 평균 100달러는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물가 영향은

국제유가 상승은 국내 물가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환율 상승까지 겹쳐 수입물가를 밀어올리는 요인이 되고 있어 높은 상승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1~4월 소비자물가는 전년동기 대비 4% 상승해 통화당국의 중기 물가안정 목표(3.0±0.5%)를 크게 상회했다.

농축수산물 가격 안정에도 불구하고 원유 등 국제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공업제품 가격 상승으로 상품물가는 4.8% 올랐다.

서비스물가 역시 지난해의 내수경기 회복에 따른 가격인상 요인이 점진적으로 반영돼 개인서비스 가격을 중심으로 3.3% 올랐다.

문제는 이 같은 물가 급등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국제유가가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어서다.

소비자 물가 상승의 주 요인은 원유를 포함한 수입물가 급등이었다.

1분기 수입물가는 전년동기 대비 23.9% 올랐다.

특히 원유 등 원자재 가격은 무려 51.6% 치솟았다.

여기에 환율 상승 효과까지 더해져 국내 물가에 미치는 부담이 더 커졌다.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지수도 1분기 3.1% 올랐다.

외부 충격이 없다 하더라도 상당 기간 물가상승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고유가 추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우리 경제에는 엎친데 덮친 격이 아닐 수 없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