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정점을 지나 하강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

경기동행지수와 경기선행지수가 동시에 하락하는가 하면 민간소비 증가율은 3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재고도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감세든 추가경정예산 편성이든 경기하강 속도와 충격을 적정 수준으로 완충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경기동행ㆍ선행지수 하락

통계청이 지난달 발표한 3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미래 경기를 알려주는 대표적 지표인 선행종합지수가 작년 같은 달 대비 3.7% 늘어나는 데 그쳐 작년 12월 이후 4개월 연속 전달 대비 증가폭이 줄었다.

통상적으로 향후 경기국면을 예측할 때는 선행종합지수 전년동월비의 전월차를 따진다는 점을 감안할 때 경기하강 기조가 뚜렷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현재 경기상황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도 전달보다 0.3% 하락해 2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선행지수와 동행지수가 2개월 이상 동반 하락한 것은 2006년 7월 이후 처음이다.

이찬우 기획재정부 종합정책과장은 "선행지수와 동행지수 간 시차가 과거엔 8~9개월이었지만 최근엔 3~4개월로 좁혀졌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라며 "경기가 이미 정점을 지나 하강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내수 경기 지표들도 악화

지난 3월 조사에서 광공업 생산이 두 자릿수(10%) 증가세를 유지했지만 이는 20% 이상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는 수출산업 덕택이었다.

내수 경기와 관련된 도소매 판매나 재고 등은 경기 하락세를 확실히 느끼게 해주고 있다.

소비재 판매는 지난 1분기에 3.8% 증가해 작년 4분기 4.5%에 비해 둔화됐고 2006년 4분기 이후 가장 부진했다.

1분기 민간소비(GDP 속보치)는 전년동기 대비 3.5% 증가하는 데 그쳐 2005년 1분기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을 보였다.

지난 3월 중 재고는 반도체 및 부품,자동차,의복 및 모피 등의 재고가 늘어나면서 9.5%의 증가율을 보였다.

지난해 12월 5.8%,지난 1월 5.0%,2월 8.4%와 비교할 때 증가속도가 매우 빠르다.

이에 따라 재고와 출하 증가속도를 토대로 분석하는 '재고출하순환'이 지난 1분기에 '둔화♥하강'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1분기 설비투자(GDP 속보치) 역시 전년동기 대비 1.7% 증가해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연간 증가율이 7.6%에 달했던 것과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고용은 쇼크수준

취업자 수 증가폭은 '마의 벽'으로 여겨졌던 20만명 선이 깨진 이후 회복될 줄 모르고 있다.

지난 3월 18만4000명을 기록한 데 이어 4월에도 19만1000명에 머물렀다.

특히 전체 근로자의 88%를 소화하고 있는 중ㆍ소규모 기업들에서 고용위축 현상이 본격화하고 있어 지금의 고용위축 현상이 장기적이고 구조적으로 나타날 가능성마저 점쳐지고 있다.

오는 7월부터 중규모 기업(종업원수 100~299명),내년 7월부터 소규모 기업(100명 미만)으로 확대적용되는 비정규직법이 중ㆍ소기업 일자리를 위축시키는 주범으로 꼽히고 있다.

소규모 기업의 임금근로자 증가 수가 작년 연간으론 46만명(3.8%) 증가했지만 지난 4월엔 작년 같은 달에 비해 21만7000명(1.7%) 늘어나는 데 그쳐 반토막난 것이 이를 잘 보여준다.

◆체감경기 더 나빠

고용 위축과 함께 교역조건 악화로 인한 국민소득 감소도 큰 문제가 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난 1분기 경제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0.7%로 2004년 4분기(0.7%) 이후 최저치였고 작년 4분기(1.6%)에 비해서는 절반에도 못 미쳤으나,그래도 '플러스' 성장은 유지했다.

원유를 포함한 원자재 가격상승분이 반영되는 교역조건을 감안한 국내총소득(GDI) 증가율은 전분기보다 2.2% 줄었다.

국민의 호주머니 사정이 예전에 비해 절대적으로 나빠졌다는 얘기다.

가계가 느끼는 체감경기는 그만큼 나쁠 수밖에 없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