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칭다오에서 닭 울면 인천서 들린다"
후주석, 인민대회당내 `영객송' 친히 설명

이명박 대통령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은 27일 오후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직후 같은 장소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정상회담 내용을 공식 발표했다.

◇정상회담 예정보다 10분 길어져 = 회담은 단독, 확대 정상회담으로 나뉘어 열렸다.

단독 정상회담에는 우리측에서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과 김병국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신정승 주중대사, 이동관 대변인, 김재신 외교비서관이, 중국측에서 다이빙궈(戴秉國) 국무위원과 양제츠(楊潔지<兼대신虎들어간簾>) 외교부장, 닝푸쿠이(寧賦魁) 주한 중국대사, 허야페이(何亞非) 외교부 부장조리, 천스쥐(陳世炬) 후 주석 판공실 주임 등이 배석했다.

확대 정상회담에는 실무자를 포함해 각측에서 11명씩이 배석했다.

후 주석은 단독회동에서 "어려움이 있을 때 진정한 `정리'를 알 수 있다"며 쓰촨성(四川省) 대지진 참사에 대한 우리 정부의 애도와 지원에 감사를 표시했고, 이 대통령은 "한국 사람은 좋은 일도 어려운 일도 함께 한다"고 화답했다고 이동관 대변인이 전했다.

후 주석은 대만과 티베트 문제에 대해 상당 시간을 할애해 자세히 설명했고, 이 대통령은 "한국이 지켜왔던 기존의 입장에서 변함이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문제와 관련해선 이 대통령이 한반도 비핵화를 최우선으로 하면서 상생공영 및 남북관계 발전을 추진하겠다는 새 정부의 대북정책을 설명했고, 후 주석이 이에 대한 이해를 표시했으나 서로 `비핵.개방.3천구상'의 용어는 직접 사용하지 않았다고 이 대변인은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정상회담 초기에 각종 어젠다를 일일이 거론하면서 "내가 바라는 게 너무 많았나요"라고 말해 좌중에 폭소가 터지기도 했다.

이날 정상회담은 총 75분으로 잡혀 있었으나 단독과 확대정상회담이 각각 5분씩 늘어나 총 85분간 진행됐다.

◇李대통령 `애드리브' 눈길 = 공동 기자회견은 후 주석이 먼저 중국측의 입장을 담은 정상회담 결과를 소개하고, 뒤이어 이 대통령이 우리측의 입장을 설명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언론과의 질의.응답은 없었다.

언론 발표시간은 애초 각각 7분씩 총 14분으로 잡혀 있었으나 서로 합의 내용을 충실히 설명한 데다 이 대통령이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애드리브'까지 구사하면서 총 21분으로 늘어났다.

우선 후 주석은 "이 대통령과 함께 언론계 친구 여러분을 만나 뵙게 돼 반갑게 생각한다"면서 "방금전 저와 이 대통령이 성의있고 우호적이고 내용이 풍부한 회담을 가졌다"며 정상회담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후 주석은 이어 "쓰촨성에서 대지진이 발생한 뒤 한국이 중국에 대해 깊은 지원과 동정을 해 주고 베이징 올림픽에 대해 힘 있는 지지를 해 줘 감사하게 생각한다"면서 "이 대통령이 올림픽 개막식에 오길 바라고, 한국 친구들도 많이 올림픽에 오길 바란다.

한국 친구들이 올림픽에서 더 좋은 성적을 거두길 축원한다"고 말했다.

후 주석은 이 대통령의 한국 방문 초청 사실을 전하면서 "올해 안에 양측이 다 편할 때 한국을 다시 방문할 용의가 있다"며 강한 방한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이어 마이크를 잡은 이 대통령은 "`중국 칭다오(靑島)에서 닭이 울면 한국의 인천에서 들을 수 있다'는 속담이 있다"며 양국간 물리적, 심리적 거리의 가까움을 거론한 뒤 "오늘 정상회담을 하면서 후 주석을 처음 봤지만 마치 오랫동안 알고 지낸 친구와 같은 느낌을 받았다"며 친근함을 표시했다.

이 대통령은 그러면서 "후 주석은 그렇게 생각하는지 모르겠다"며 후 주석의 `호응'을 기대했고, 후 주석은 기다렸다는 듯 즉각 "저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화답해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회담장에는 순간 폭소가 터지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나와 후 주석은 한중 양국의 우호협력 관계 발전의 방향과 북핵문제 등에 대해 폭넓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면서 "나는 후 주석과의 회담을 통해 우리 두 사람이 `창조와 실용의 치(治)'라는 정치철학을 공유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거듭 친밀함을 과시했다.

기자회견이 끝난 뒤 후 주석은 이 대통령에게 기자회견장인 접대청 현관에 자리잡은 대형 소나무 조형작품 `영객송'(迎客松.손님을 맞이하는 소나무)을 친히 소개했다.

이 작품은 중국의 명산 황산에 있는 소나무를 본 떠 만든 작품이라는 게 중국 측의 설명이다.

기자회견은 KBS, MBC, SBS, YTN, MBN 등 국내 방송 5사와 중국 CCTV 등이 생중계했다.

기자회견에 앞서 양국 관리들은 두 정상이 참석한 가운데 초.중.고등학교 및 대학.대학원 이수 학력을 상호 인정하는 학위 상호인정 양해각서(MOU)와 잔여 형기가 1년 이상인 수형자에 대해 양국 동의시 이송할 수 있도록 하는 수형자 이송조약, 극지 과학기술 협력강화 양해각서를 각각 체결한 뒤 교환했다.

(베이징연합뉴스) 황정욱 심인성 기자 hjw@yna.co.krsim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