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미술이 홍콩 경매시장에서 고공행진을 이어갔다.미술품 경매회사 홍콩 크리스티가 24~25일(현지시간) 이틀 동안 홍콩 컨벤션센터에서 실시한 ‘아시아 컨템포러리 아트’ 춘계경매에서 홍경택씨를 비롯해 김창열,전광영,최소영,김동유씨 등 한국 작가 37명의 대표작 55점 가운데 52점이 추정가를 상회하는 가격에 낙찰됐다.이번 경매에서 한국 작품의 낙찰율은 94%,낙찰 총액은 50억원에 달했다.

첫날 이브닝세일 경매에서 홍경택씨의 작품‘서재Ⅱ’가 6억1200만원(수수료 포함)에 팔려 한국 출품작 가운데 최고가를 기록했다.형형색색의 책을 벽돌처럼 쌓아 올려 화면을 원색으로 가득 메운 이 작품은 여백을 지워버림으로써 자신을 과장되게 드러내기 좋아하는 현대인의 강박증을 초현실적으로 형상화한 것이다. 김창열씨의 작품 ‘물방울’역시 추정가 2억8000만~3억5800만원 보다 2배 가까이 높은 5억6300만원에 팔렸다.한지 조각가 전광영의 작품 ‘집합’은 2억9000만원,김동유의 ‘장미와 폭발’은 4억1900만원,최소영의 ‘도시’는 2억4200만원에 각각 낙찰되면서 추정가를상회했다.

또 25일에 열린 데이세일 경매에서는 강형구의 대형 유화 ‘워홀’이 4억8300만원에 팔려 한국 작품중 낙찰가 3위를 기록했다.이밖에 김동유의 ‘반 고흐’가 3억3800만원,김덕용의 '시간과 함께'가 5240만원,정보영의 ‘멀거나 닫힘’이 2830만원,지용호의 ‘디어헤드’가 3630만원, 데비한의 ‘움직이는 여신’이 5200만원, 임동식의 ‘화가와 자연’이 5700만원,신영미의 ‘뱃놀이’가 1600만원, 안성하의‘담배’가 4280만원,이재삼의 ‘저 너머’가 5200만원에 각각 낙찰됐다.

이날 중국 현대미술도 고가 낙찰행진을 벌였다.정판즈(44)의 1996년작 ‘가면’시리즈는 무려 101억원에 낙찰돼 작년 11월 추계 경매 때 중국 현대미술 최고가인 88억7500만원에 팔린 차이궈창(51)의 대형 드로잉 14점 세트의 낙찰가를 뛰어 넘었다.또 웨민쥔(46)의 ‘굉굉(轟轟)’도 72억원 에 팔려 자신의 역대 최고 낙찰가를 기록했다.

배혜경 크리스티 한국사무소장은 “쓰촨성 대지진이 미술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지만 화교권 컬렉터들이 시장을 떠 받쳐주고 있어 분위기는 어느 때보다 좋았다”고 말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