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 26일 미국 워싱턴 출국

한나라당 이재오 의원이 26일 미국 출국을 앞두고 마음 속에 담아 둔 말을 꺼냈다.

이 의원은 25일 저녁 시내 한 호텔에서 열린 송별만찬에 참석, 지난 12년간의 의정 활동을 회고한 뒤 "한나라당 야당 10년을 지키는데 제 전부를 바쳐왔다고 생각한다"며 "내가 할 말은 많지만 (그러면) 사고치잖아요.

떠나는 사람은 말없이 떠난다"고 도미(渡美) 소회를 밝혔다.

이 의원은 "집권 초기에 이명박 정부의 실수가 있다면 그 모든 것을 제가 안고 떠나겠다"며 "우리 한나라당이 저를 제물로, 희생양으로 해서 성공하는 정부, 성공하는 대통령을 만들어달라"고 말했다.

그는 다소 울먹이면서 "우리가 세운 정부가 약속대로 경제를 살리고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면, 저는 5년간 다시 한국에 안돌아와도 좋다"고 언급하고, "이명박 정부는 우리가 세운 정부인 만큼 이 정부가 망하면 우리가 망한다.

총력을 다해 내가 곧 이명박 대통령이고 청와대로 생각하고 나라와 정부를 책임지는 여당이 되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 의원은 또 고희선, 이재웅 의원 등 18대 총선 낙천.낙선자 10여명의 이름을 언급한 뒤 "대선에만 이기면 뭐든지 다 되는 줄 알았다.

또 그렇게 얘기를 했다"면서 "근데 결과적으로 잘못돼서 정말 몸둘 바를 모르겠다고 공개적으로 사과한다"고 언급했다.

이 의원의 미국행에 대한 측근들의 `안타까움'도 이어졌다.

차명진 의원(경기 부천.소사)은 "이 의원이 미국으로 쫓겨간다"며 "이명박 대통령을 만들기 위해 자신을 10년간 가둬둔 사람과 화해한 사람이지만, 이 의원이 한나라당에 있으면 안들어 온다는 사람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간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표를 언급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박찬숙 의원도 "언론사에 있을 당시 `자의반 타의반'이라는 용어가 있었다.

2008년 지금 이 시점에도 `자의반 타의반' (도미를 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고 언급했다.

안병용 은평갑 당협위원장은 "이 나라 경제를 살려야 할 (대통령의) 최측근 중 한 명이 음해와 고통을 받는 현실을 보면서 참 가슴이 아팠다"면서 "잘 다녀오셔서 이 나라의 썩은 정치를 바로잡기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이날 송별만찬회에는 15대 국회에서부터 같이 의정 생활을 시작한 정의화, 이윤성 의원을 비롯해 정몽준 최고위원 그리고 국회의장직을 희망하고 있는 김형오 의원과 안상수 원내대표가 나란히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밖에도 안경률, 진수희, 박형준 의원 등 친이 또는 친 이재오계로 분류되는 국회의원과 원외 당협위원장 등 무려 120여명이 참석해 `미니 당협위원장 대회', `미니 전대'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이 의원은 앞서 25일 낮 은평구의 한 음식점에서 은평을 당원협의회 관계자와 지지자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송별 오찬'에서 끝내 눈물을 보였다.

이 의원은 이 자리에서 인사말을 하다가 격정을 감추지 못하고 두 차례나 눈물을 흘렸으며, 1시간 가량 진행된 송별 오찬은 시종 숙연한 분위기였다고 김해진 공보특보가 전했다.

이 의원은 26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미국 워싱턴으로 출국, 최소 6개월에서 1년간 미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에서 남북관계와 북핵 문제 등을 공부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의 측근인 진수희 의원과 권택기 당선자가 이 의원을 수행한다.

(서울연합뉴스) 김종우 김남권 기자 jongw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