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우옌 동 띠엔 베트남중앙은행 부총재는 "베트남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 처한 것은 사실이지만 외환보유액이 늘고 있어 국제통화기금(IMF)의 지원은 필요없다"고 강조했다.

띠엔 부총재는 "사회주의에서 시장경제로 바꾼 지 얼마 되지 않아 최근의 경제문제를 인식하고 이를 해결하는 능력이 부족했다"고 인정하면서 "무역수지 적자 축소 등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본지의 띠엔 부총재 인터뷰는 'IMF 지원설'이 불거진 이후 외국 언론으로선 처음으로 지난 23일 하노이에서 이뤄졌다.

이 자리에는 중앙은행의 통화국 외환국 국제협력국 소속 간부 3명도 배석했다.

-베트남 경제가 위기라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 인플레이션과 무역수지 적자가 문제며 경제성장 속도도 둔화되고 있다. 하지만 1분기 성장률은 7.4%로 그리 나쁘지 않다. 수출도 전년 동기보다 28% 늘었다. 더욱이 외국 자본 유입이 지속되고 있고 외화유동성도 유지되고 있다. 대규모 무역수지 적자에 대해서는 관리에 들어갔고 은행들의 부실도 통제 가능한 수준이다.

따라서 큰 위기 상황은 아니다. 베트남 경제에 정통한 많은 외부 전문가도 그렇게 판단하고 있다."

-최근 일본 다이와증권은 수개월 내에 IMF에 도움을 요청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보고서를 냈는데.

"안 좋은 관측일 뿐이다. 최근 IMF가 경제상황에 대해 점검했는데 지원이 필요할 정도의 문제는 없었다. 어려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정부는 인플레이션과 무역수지 적자 개선방안을 포함한 여러 정책을 내놓았다.

해외 전문가들은 이 대책을 적절한 조치로 평가했다. 베트남 정부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며 현재 IMF의 지원은 필요없다."

-외환보유액이 얼마인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외환보유액은 2배 가까이 늘었다. 큰 무역수지 적자로 많은 우려가 제기되고 있지만 올해도 외환보유액은 작년 말보다 10%가량 증가했다."(주 베트남 한국대사관은 2007년 말 외환보유액을 200억달러로 추정)

-4월까지 무역수지 적자가 111억달러나 되는 상황에서 외환보유액이 늘었다는 것은 선뜻 이해가 안 된다.

"외국인직접투자(FDI),외부경제원조(ODA),해외 교포들의 송금 등 모든 부문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특히 해외 교포들의 송금이 제일 많이 증가했다.

지난해 교포송금은 1분기 16억달러를 포함해 총 64억달러에 달했는데 올 1분기엔 25억달러로 늘었다. 또 외국은행에 예치돼 있는 베트남의 자산도 국내로 유입되고 있다. 외환보유액 문제는 더 자세히 말하기 어렵다."

-올 들어 인플레이션과 무역수지 적자가 심각해진 이유가 뭔가.

"국제 원자재와 곡물 가격이 많이 오른 만큼 인플레이션은 전 세계적인 공통현상이기도 하지만 우리의 경우 투자정책을 잘못 관리한 측면도 있다. 신용과 유동성 관리도 잘못했다. 2004년 이후 통화와 신용 공급이 지속적으로 늘어났고 특히 2007년에는 급격하게 증가했다.

이게 인플레이션에 제일 큰 영향을 미쳤다. 무역수지 적자의 원인은 국내 소비가 많이 늘어나기도 했지만 아무래도 원유 철강 등의 가격이 급등하며 원자재 수입 규모가 커진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통화긴축정책을 내놓았다. 시중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지난주에는 이자율 상한선을 12%에서 18%로 높였다. 세계무역기구(WTO)의 기준에 어긋나지 않는 세금정책으로 사치재 수입을 줄이는 등 수요 감소를 위한 소비 절감 대책도 내놓았다. 공공부문 지출의 효율성을 높이고 정부가 관여하는 투자를 대폭 줄이는 정책도 내놓을 예정이다. 현재 국가 재정지출과 국영기업들의 투자를 합치면 나라 전체 투자액의 45%에 달한다."

-올 연말엔 무역수지 적자가 얼마나 될까.

"최악의 시나리오로 갔을 때 180억달러 정도가 될 것으로 본다. 가급적 지난해 수준인 120억달러를 넘어서지 않도록 통제할 방침이다."

-금리를 추가 인상할 계획은 있는지.

"정책은 단계적으로 해나가야 한다. 대출금리 인상을 포함해 최근 우리가 취한 조치들은 시장 상황과 동떨어져 있던 기준을 현실화시킨 것이다."

-일련의 긴축조치로 저성장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데.

"안정적으로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너무 고속 성장해서는 안 된다. 올해는 7% 성장이 목표인데 달성할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이 있다. 올 들어 4월까지의 성적에서도 가능성을 보였다고 생각한다."

-시장경제에 미숙해 정부의 대처 능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

"시장경제로 바꾼 지 얼마 안 됐다. 처음이다 보니 문제점을 인식하고 이를 해결해나가는 능력이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앞으로 베트남 정부는 경제를 안정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이를 위해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에 각국이 취했던 정책들을 공부하고 있다. 우리 상황에 적합하게 적용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이번 경제위기는 언제 끝날까,반토막난 증시는 언제쯤 반등할까.

"앞으로 1년 내에 위기국면을 마무리하고 경제를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그때까지는 경기가 아주 완만한 속도로 하강하는 국면을 유지해 나갈 것으로 생각한다. 증권시장은 경기 회복에 앞서 반등할 수 있을 것이다."

하노이(베트남)=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