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글로벌 증시가 유가 수준에 따라 춤추고 있다.

특히 유가가 배럴당 130달러를 넘어서면서 이런 움직임은 더 뚜렷하다.

종전과 다른 것은 글로벌 증시가 전체적으로 고유가에 따른 충격을 아직까지 덜 받는 가운데 그 정도가 지역 혹은 국가별로 다르다는 점이다.

이 같은 현상은 고유가와 유동성 유입 간의 선순환 효과를 의미하는 이른바 '황금률(Golden Rule)'이 얼마나 잘 지켜지느냐에 따라 좌우된다.

먼저 고유가가 글로벌 증시에 미치는 충격이 작은 것은 고유가와 금리 인상이 겹친 제2차 오일쇼크와 달리 미국의 금리 인하 등으로 전체적인 유동성이 줄어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산유국과 산유국이 아니더라도 이들 국가와 경제교류가 활발하고 국부펀드 투자 등을 통해 오일 머니가 유입되는 국가는 유동성이 늘어나 주가가 상승했다.

고유가와 유동성 유입 간의 황금률 존속 여부에 따라 각국의 증시를 평가해 본다면 가장 매력적인 국가는 역시 산유국들이다.

이들 국가는 유가가 오르는 만큼 원유판매 대금이 늘어 주가가 크게 올랐다.

국내 펀드수익률로 볼 때 올 들어 가장 높은 브라질,러시아,중동 산유국,일부 아프리카와 동남아 국가를 통칭하는 브람스(BRAMs) 국가들이 이 군(群)에 속한다.

그 다음은 부분적으로 황금률이 나타나는 고유가 중립국들이다.

비록 산유국은 아니지만 산유국과 경제교류가 활발하거나 국부펀드 투자로 고유가 부담 이상으로 오일 머니가 유입되는 국가들은 증시에 미치는 충격이 선입견만큼 높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대표적으로 중동 지역의 건설 수주가 많고 오일 머니가 들어오는 우리나라를 들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미 유가 피해가 나타나고 있는 고유가 위험국들이다.

이들 국가는 원유 수입이 많은 대신 산유국과의 미미한 경제 교류로 원유판매 대금이 적게 유입됨에 따라 갈수록 외화사정이 악화돼 최근에는 금융위기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모리스 골드스타인의 위기판단지표로 볼 때 베트남,일부 동유럽 국가,아르헨티나,아이슬란드, 터키 등이 실제 발생 여부와 관계없이 위기 가능성이 높게 나온다.

문제는 앞으로 고유가와 유동성 유입 간의 황금률이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만약 유가가 계속해서 올라 인플레가 각국의 최대경제 현안으로 대두돼 정책금리가 인상되면 황금률은 깨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2차 오일쇼크 당시처럼 고유가가 글로벌 증시에 미치는 충격이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현 시점에서 향후 유가 수준이 어떻게 될 것인가에 증시 참여자들의 이목이 몰리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2차 오일쇼크 당시의 인플레와 달러 가치와 비교해 고유가와 유동성 유입 간의 황금률을 계산해보면 유가가 120달러를 넘어서부터 균열이 생기고 145∼150달러에 달하면 본격적으로 봉괴되는 것으로 나온다.

이때가 되면 3차 오일쇼크라는 용어를 사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좋은 쪽으로 해석한다면 앞으로 유가가 145∼150달러를 넘지 않으면 글로벌 증시가 버틸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다행히 주요 기관들의 유가 예측치를 보면 올해 말까지 이 수준보다 높게 전망하는 기관은 아직까지는 없다.

어쨌거나 지금은 고유가로 글로벌 증시가 부담을 느끼는 상황이다.

이럴 때에는 주가가 오르더라도 업종 혹은 기업 간의 차별화(nifty-fifty) 현상이 심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올 1월 중순 이후 서브 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 대출) 사태로 가치(value)에 비해 가격(price)이 떨어진 업종을 중심으로 투자하는 '체리 피킹'을 추천했으나 앞으로는 개인적인 재산관리 상담사나 증권사와 협의하고,펀드와 같은 간접투자를 할 것을 권한다.

한상춘 객원 논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