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발(發) 고용대란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전체 임금근로자 1595만명 가운데 78.6%(1253만명)와 9.7%(156만명)를 각각 소화하고 있는 소기업(종업원 수 100명 미만)과 중기업(100~299명) 고용시장,그 거대한 버팀목에 균열이 생기고 있어서다.

본지의 취재 결과 중소기업의 일자리 수 증가폭은 작년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지경에까지 이른 것으로 밝혀졌다.

대기업 고용시장은 그런대로 호조세를 보이고 있지만 근로자 수가 압도적으로 많은 중소기업의 고용 위축 흐름을 상쇄하기엔 역부족인 상황이다.

중소기업 일자리를 위축시킨 주범은 오는 7월부터 중기업,내년 7월부터 소기업으로 확대 적용되는 비정규직보호법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법 적용에 부담을 느낀 중소기업들이 미리 비정규직을 줄이고 신규 채용도 삼가면서 벌어지는 현상이라는 설명이다.

비정규직법 확대 시행을 유예하는 등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20만명 선 아래로 떨어진 취업자 증가 수가 10만명 선 밑으로 추락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급감하는 일자리

고용시장에 이상 징후가 포착된 것은 지난 1월이었다.

매달 1.2% 이상을 기록해 왔던 취업자 수 증가율(전년 동월 대비)이 1월 들어 1.0%로 떨어지더니 2월 0.9%,3월 0.8%,4월 0.8% 등으로 내려앉았다.

최후의 지지선으로 여겨왔던 취업자 증가 수 20만명 선도 뚫려버렸다.

3월 들어 18만4000명을 기록했고 4월에도 19만1000명에 머물렀다.

여기저기서 '고용 쇼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고용 사정이 나빠졌다.

각종 경기지표는 그런대로 괜찮은데 고용 사정은 왜 이토록 급격하게 악화된 것일까.

지난 1분기 제조업 생산은 10.5% 증가(전년 동기비)를 기록할 정도로 여전히 호조세였다.

경기 이외에 뭔가 특별한 요인이 있는 것 같다는 분석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무너지는 임시ㆍ일용직 고용시장

고용쇼크의 진원지는 중소기업,특히 소기업 고용시장의 위축에 있었다.

통계청의 '기업체 규모별 취업자 통계'가 이를 잘 보여준다.

이에 따르면 종업원 수 100명 미만 소기업의 임금근로자 증가 수(전년 대비)는 2006년 34만1000명(2.9%),지난해 46만명(3.8%)에 달했지만 올 1분기엔 29만1000명(2.4%,작년 같은 기간 대비)으로 급감했다.

4월 들어선 21만7000명(1.7%,작년 같은 달 대비)으로까지 떨어져 지난해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쳤다.

종업원 수 100~299명인 중기업의 임금근로자 증가 수도 2006년 4만7000명(3.1%),작년 1만4000명(0.9%)이었던 것이 1분기엔 5000명 감소(-0.5%)로 반전됐다.

그렇다면 중소기업 고용시장은 왜 위축된 것일까.

중소기업 근로자 가운데 임시ㆍ일용직 근로자 수가 급감한 데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소기업의 경우 임시ㆍ일용직 근로자 수가 지난해엔 6만4000명(0.9%) 증가했지만 올 1분기에는 7만6000명(1.1%) 감소했다.

여기서만 14만명 안팎의 차이가 발생한 셈이다.

중기업도 지난해 3만명(9.7%) 감소에서 4만7000명(15.4%) 감소로 하락의 골이 더욱 깊어졌다.

300명 이상 대기업이 3만명(16.7%) 감소에서 2000명 안팎(0.1%) 증가로 반전된 것과 대조적이다.

◆비정규직법이 일자리 줄였다

결국 전체 고용 사정을 악화시키고 있는 근본 원인은 중소기업들이 임시ㆍ일용직 일자리를 늘리지 않는 이유와 동일하며,그 답은 비정규직법이라는 결론이다.

2001년 이후 경기와 거의 동행하는 모습을 보여왔던 임시ㆍ일용직 근로자 증감 추이가 지난해 2분기부터 정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해준다.

경기적 요인 외에 제도적 요인,즉 지난해 7월 도입된 비정규직법이 둘 사이의 괴리를 심화시키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대한상공회의소의 실태조사 결과에서도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됐다.

대한상의가 지난 1월 100명 이상 고용사업장 402개사를 상대로 실태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비정규직법 시행 효과를 묻는 질문에 전체의 41.3%가 '비정규직 고용을 꺼려 일자리 감소'라고 답변했다.

◆"비정규직법 확대 재검토해야"

비정규직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법률이 비정규직 해고를 촉진하고 새 일자리 창출 기회마저 원천 봉쇄하고 있는 만큼 지금이라도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 관계자도 "지난해까지만 해도 일자리 총량에는 큰 변동이 없었기 때문에 '고용의 질이 좋아졌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주장을 펴기 어렵게 됐다"며 "비정규직법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임종룡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21일 서울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경제금융상황 점검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경기 외에 비정규직법 등이 영향을 미쳤는지는 29일 발표되는 비정규직 조사 결과가 나오면 정확히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