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배럴당 130달러에 육박하는 가운데 미국의 해외 석유의존도가 30여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미국 에너지부 산하 에너지정보청에 따르면 미국의 해외석유 의존도는 올해 1분기에 57.9%를 기록, 지난해 58.2%보다 하락했으며 이런 추세로 가면 2015년에는 50%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보도했다.

세계 최대 석유소비국인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런 변화가 일시적인 게 아니라는 얘기이고 보면 그 의미가 작지 않다.

미국의 해외 석유의존도 감소를 추세적이라고 보는데는 나름의 근거가 있어 보인다.

경기침체로 인한 수요 감소, 미국 멕시코만에서의 생산증가 등의 요인들도 물론 있겠지만 과거와 다른 흐름이 있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자동차 연비를 개선하고 바이오 연료 생산량을 늘리도록 지난해 법제화된 '에너지 자립과 안보에 관한 법(the Energy Independence and Security Act)'의 영향이 현실화되고 있는 점이 그렇다.

여기에 미국 소비자들이 고유가라는 현실을 인식하면서 변화를 보이고 있는 것도 큰 요인이다.

2006년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연두교서에서 미국이 중동으로부터 수입되는 석유에 중독돼 있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후 미국 정부는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여왔고 그것이 해외 석유의존도 감소 등의 결실(結實)로 나타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올 만하다.

이것을 보면 해외 석유의존도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우리나라는 과연 무엇을 하고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국제유가가 사상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일각에서는 연내 200달러까지도 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는 상황이고 보면 더욱 그렇다.

한마디로 우리의 에너지 대응책은 너무 안이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유가가 치솟자 부랴부랴 해외자원 확보에 눈을 돌리고 있지만 그것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건 결코 아니다.

근본적으로 석유 소비량을 줄이려는 노력이 절실하다.

석유의존도를 낮추는 에너지 포트폴리오의 재구성, 에너지 효율의 획기적 향상 등 강력한 대응이 있어야 할 것이고, 소비자 인식도 달라져야 한다.

지금의 에너지 위기는 석유위기에다 지구온난화 문제까지 겹쳐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