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기를 위한 정열적인 에너지를 서화작업에서 뽑아냅니다.

사업을 하다 보면 권력과 돈,명예를 모두 갖고 싶지요.

현실이 그렇지 못하니 어쩌겠습니까.

마음을 비우면 그 자리에 저절로 행복이 들어오고 붓을 들면 내 삶의 작은 '행복 우산'이 펴지거든요."

서울 인사동 백악미술관에서 부인 신명진씨(65)와 함께 서화전을 열고 있는 김철호 전 명성그룹 회장(70)은 "관광레저 사업에 뛰어든 40년간 예술은 인생과 사업에 그림자처럼 따라 다녔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전 회장은 1980년대 초 한국에 콘도미니엄이란 개념을 처음 도입,불과 3년 만에 기업 23개를 거느리는 '신화'를 창조한 인물.하지만 전두환 전 대통령 시절 이른바 '명성 사건'이 터지면서 탈세 등으로 복역하는 등 고초를 겪었다.

27년 만에 여는 이번 작품전은 그의 재기 움직임과 관련,미묘한 관심을 끈다.

전시작품은 소장작품 250점 가운데 70여점.1960년대 초부터 시작한 그의 서화는 전통 서예의 '예맥'을 기본 바탕으로 글자(山)를 회화적 형태로 꾸미는 작업.수묵의 농담이나 강약에 얽매이지 않고 글자는 일필휘지로 내닫는다.

휘돌아 감기는 기운생동(氣韻生動ㆍ기품이 넘침)의 붓질은 여느 서화가에 못지 않은 실력이란 평가다.

주말에만 붓을 잡는 다는 김 전 회장은 주중에는 사업가로서 기운생동의 활약상을 펼치고 있다.

"경남 함양 750~870m 고원지대 330여만㎡에 3년 뒤 완공을 목표로 관광휴양타운 개발을 추진 중입니다.

공사비 4200억원을 투입해 36홀 규모의 골프장과 최고급 리조트 시설을 개발할 예정이지요.

기존 주거형 관광시설에서 벗어나 건강,명상,문화예술,휴양 등을 아우르는 복합적인 레저타운으로 꾸밀 것입니다."

김 전 회장은 또 여수 앞바다에 지상 26층ㆍ해저 2~3층 규모의 바다호텔(오션판타지아)을 짓는 계획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스위스 금융사인 제네바파운데이션그룹이 총 공사비 1조6000억원 중 70%를 투자하기로 1차 양해각서를 체결한 상태"라며 "여수엑스포 개최에 앞서 2011년 12월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레저관광 산업이 부각되고 있지만 정부의 뚜렷한 방향 제시도 없고,기업과 지자체들도 오락성 위주의 내수용 관광시설에 매달리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지자체마다 관광레저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큰 성과가 없어요.

세계 시장이 어떻게 변하는지도 모르고,수요마저 국내 시장으로 한정하려고 하기 때문이에요.

한마디로 중구난방이죠.겉만 번드르르하게 꾸민 오락 위주의 시설이거나 주거 기능에만 충실한 아파트형 콘도모델에만 치중하는 것 같아 안타까워요.

세계인이 즐길 수 있는 시설을 만들어야 하는데도 말이죠."

김 전 회장은 "관광레저는 철저히 노동력을 재충전하는 공간이어야 한다"며 "건전한 휴식,건강,예술 문화 없이는 양질의 노동력도,세계 일등 상품도 만들어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글=김경갑/사진=김영우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