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에 6월 파업대란 위기감이 높아가고 있다고 한다.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가 현대ㆍ기아자동차를 비롯한 완성차 4사에 올해부터 '해외투자 사전동의' 등을 전제로 산별노조 교섭에 참여할 것을 요구하면서 이에 불응할 경우 총파업을 벌이겠다고 예고했다는 것이다.

자동차업계의 산별교섭이 성사될 가능성은 대단히 낮다.

노조는 산별체제로의 전환이 이뤄졌지만 회사측은 아직 사용자단체도 구성돼 있지 않은데다, 대각선 교섭(금속노조와 개별기업간 교섭)에도 응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까닭이다.

노조가 산별체제로 된 이상 회사측도 어떤 형태로든 교섭에 임해야 하지만 현 상태에서는 심각한 부작용만 야기할 게 불을 보듯 뻔하다는 것이다.

사실 산별교섭에 대한 우려는 보통 큰 게 아니다.

우선 이중 삼중 교섭이 불가피해 엄청난 인적ㆍ물적 낭비가 초래될 수밖에 없다.

산별교섭이 자리잡게 되면 회사측은 산별노조,지부,지회 등과 차례로 교섭을 벌이지 않으면 안되는 만큼 6개월 정도는 노사협상으로 소일해야 하고, 그에 비례해 파업이 일상화되는 등 노사관계 또한 한층 악화될 게 자명한 이치다.

게다가 산별교섭은 근로조건을 논의하기보다는 교섭대상도 아닌 경영권 관련 사항이나 정치적 이슈 등에 휘둘릴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는 최근 노동계가 한ㆍ미 FTA 반대 등을 내세워 강경투쟁을 벌였던 것이나, 올해 교섭을 요청하면서 해외공장 설립 사전협의,이라크 파병군 철수,국민연금 개악 반대 같은 요구를 내놓은 것만 봐도 쉽게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따라서 노동계가 이런 문제들은 외면한 채 무조건 산별교섭 참여를 요구하고, 파업권을 들먹이며 위협하는 것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

산별교섭에 응할 경우 한 번의 교섭으로 끝낼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든지,아니면 사업장 노조에 권한을 위임해 교섭단계를 단순화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아울러 교섭대상도 아닌 정치적 이슈나 경영권 관련 사항을 앞세우는 잘못된 관행도 스스로 시정(是正)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 같은 최소한의 노력도 없이 산별교섭만 고집한다면 노동계가 무리한 주장을 내세워 파업만 일삼는다는 국민들의 인식 또한 결코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을 깊이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