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접어"..한 내부 반발 촉발우려
이대통령 `복당해법' 사실상 동의

이명박 대통령과 강재섭 대표간의 19일 정례회동에서 관심이 집중됐던 한나라당의 국정쇄신안 건의는 `불발'로 끝났다.

조윤선 대변인은 회동 뒤 브리핑에서 "보고를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오히려 이날 회동에서는 당에서 마련중이던 쇄신안이 언론에 미리 알려진 데 대해 강 대표가 이 대통령에게 "누를 끼친 것 같아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까지 했다고 한다.

당초 한나라당은 이 대통령에 대한 국정지지율이 20%대로 떨어지고 당 지지율이 동반 하락하는 것은 물론 `쇠고기 파동'에 대한 민심이 극도로 악화되면서, 국정쇄신책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당에서 이를 마련해 대통령에게 건의키로 했다.

이에 따라 당은 지난 16일로 예정됐던 당청회동을 앞두고 책임총리제 강화, 정책특보 신설 및 쇠고기 파동에 대한 인적쇄신 등과 관련한 `국민신뢰 회복방안' 초안을 마련했다.

이 대통령과 강 대표간의 회동에서 국정쇄신책이 거론되지 않은 것은 표면적으로는 당의 초안이 사전에 유출됐기 때문이라는 게 당의 설명이다.

하지만 국정쇄신책 내용을 두고 청와대와 당이 이견을 보인 것 때문이 아니냐는 관측도 없지 않다.

실제 지난 16일로 예정됐던 이번 당청회동이 15일 밤 전격적으로 19일로 연기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은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특히 인적쇄신 여부에 대해 당청간 온도차가 감지됐다.

이 대통령은 최근 "이번에 훈련했는데 뭘 바꾸느냐"며 인적쇄신 요구에 부정적 입장을 밝힌 반면 당에서는 "민심수습을 위해서는 인적쇄신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 대세였다.

이처럼 청와대와 당의 기류가 엇갈린 상황에서 공개적인 국정쇄신책 논의는 오히려 논란의 불씨만 키울 수 있던 상황이었다.

당내 일각에서는 이날 회동에서 민심수습책 건의가 불발된데 따른 반발 조짐도 있다.

당이 언제까지 청와대의 눈치만 봐야 하느냐는 문제 제기도 있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회동 결과에 대해 "상당히 위기이고 난국인데, 국민적 기대나 당내외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회동"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실기'로 동력을 상실한 당 주도의 국정쇄신 추진은 물 건너 갔다는 평가가 많다.

조윤선 대변인도 회동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쇄신안을 접은 것 아니냐'는 질문에 "접은 것으로 볼 수 있죠"라고 답했다.

물론 이 대통령과 강 대표간의 20분간의 `독대'에서 국정쇄신책이 자연스럽게 거론됐을 가능성은 여전히 있다는 관측이다.

한편 이날 회동에서 또 다른 관심사안이었던 친박 인사의 복당문제에 대해 이 대통령이 당의 해법을 사실상 수용했다.

이 대통령은 강 대표로부터 `18대 원구성 협상 추이를 봐가면서 당의 윤리기준과 정체성에 맞는 인사들의 복당을 검토하겠다'는 설명을 듣고, "복당 문제는 당의 문제인 만큼 강 대표가 중심이 돼 잘 마무리해달라"고 당부했다.

"당이 알아서 할 문제"라는 것은 이 대통령의 기존 입장을 확인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그보다는 강 대표 중심으로 일의 `마무리'를 당부했다는관측이 우세하다.

지난 10일 박근혜 전 대표와의 회동에서 "복당에 개인적 거부감이 없다"고 제시한 대통령의 큰 틀을 반영해서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7월 전당대회 이전에 당 내홍 여부의 핵인 이 문제를 원만히 해결해 달라는 뜻을 전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조윤선 대변인은 "(최고위 논의 결과에) 대통령이 별다른 찬반의 뜻을 표시하지 않았다"면서 "완강히 반대하지는 않는 듯 하다"고 전했다.

호주.뉴질랜드를 방문중인 박 전 대표 역시 전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최고위원회의 원칙적 복당 허용 결정에 대해 "종전 입장을 바꾼 것은 어려운 결정을 한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유연한 입장을 보임에 따라 복당문제는 큰 물꼬를 튼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날 정례회동에서는 이 같은 박 전 대표측의 움직임도 보고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밖에 이날 회동에서는 당정간 더욱 긴밀한 협의의 필요성에 이 대통령과 강 대표 모두 공감했다고 한다. 특히 이 대통령은 사전 협의 강화를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강 대표는 한나라당 정책위의장 중심의 각 부처 차관급이 참여하는 상시 협의 추진 등의 방침을 전해 향후 당정협의 강화 방향이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황재훈 기자 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