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때도 지켜준 남대문 지키지 못해 죄송"

뉴질랜드를 방문중인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방문 사흘째인 19일 오클랜드 한국전 참전비에 헌화하고 참전용사를 접견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파넬 로즈 가든에 위치한 참전비 헌화 직후 기자들과 만나, 한국전쟁 이후 분단이 고착화된 남북관계를 위한 향후 역할을 묻는 질문에 "한반도 평화를 위해 할 수 있는 노력은 다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 전 대표는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이 대북 특사를 제안할 경우 구체적인 역할을 할 의향에 대해서는 "지금 갑자기 구체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며 원칙적 입장만을 강조했다.

박 전 대표는 또 이번 호주.뉴질랜드 방문 성과와 관련, "호주 총리, 외무장관과 만나 한국과 관계가 긴밀해지기를 바란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구체적 로드맵을 갖고 협조가 잘 되도록 노력하자는 것"이라며 "정상들이 셔틀외교를 통해 정기적으로 만난다든가 해서 경제 뿐 아니라 외교.안보도 긴밀히 협력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또 "뉴질랜드는 기초과학이 발전했고 우리는 응용산업이 발전한 만큼, 뉴질랜드에서 자원을 개발하면 우리는 시추선을 보내는 등 서로 긴밀히 협력할 수 있다"면서 "호주.뉴질랜드 두 나라와 긴밀히 협력하면 서로 도움이 많이 되리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박 전 대표는 참전비 헌화와 관련해선 "오늘의 우리 발전이 있기까지 가장 위기에 빠졌던 전쟁터에서 피흘리고 자유를 지켜준 참전용사에게 감사하는 것이 도리고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박 전 대표는 참전용사들과 면담에선 "여러분이 잊지 않고 가장 치열한 전투에 참전했던 가평에 참전비를 세우고 가평 중학교에 장학금을 보내주시고 계신 것에 대해 감사한다"면서 "한국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헌신했던 것처럼 한국도 세계평화를 위해 노력하고 희생에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또 한 참전용사가 `서울 남대문이 불타 안타깝다'고 말하자, "여러분께서 전쟁때도 남대문을 지켜주셨는데도 저희가 지키지 못해 죄송하다"고 답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오클랜드 박물관과 대학을 잇따라 방문한 뒤 항공편으로 뉴질랜드 수도인 웰링턴으로 이동, 20일 헬렌 클라크 총리를 비롯해 교육.문화유산.사회개발 장관 등과 잇따라 면담하고 의회도 방문할 예정이다.

한편 호주.뉴질랜드 방문 이후 탈당한 측근들의 복당 문제에 대해 유연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박 전 대표의 행보와 관련, 일각에서는 이번 외국 방문이 톡톡히 한몫을 한 것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돼 눈길을 끈다.

한 측근은 "박 전 대표는 외국에 나와 있을 때 한층 여유를 되찾는다"면서 "물론 국내상황이 달라지기도 했지만 이번 해외 방문도 분위기가 누그러지는 데 나름의 역할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클랜드<뉴질랜드>연합뉴스) 김경희 기자 kyungh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