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별노조 전통이 깊은 독일의 노조가입률이 1990년대 초반 35%에서 지난해 20% 선으로 급락했다.

세계에서 가장 '강성'으로 꼽히는 독일 금속노조(IG메탈)는 조합원 소속 기업이 전성기에 8000곳을 넘었으나 지금은 4000곳이 채 안 된다.

산별노조의 효율성에 대한 사회적 의구심이 커지고 불신이 쌓인 결과다.

이에 따라 IG메탈 등은 산별협약 일변도에서 벗어나 기업별ㆍ공장별 교섭에 잇따라 나서고 있다.

미국 독일 등에서 산별노조의 힘이 약화되는 대신 개별기업 노조(또는 근로자평의회)의 역할은 점차 커지는 추세다.

이른바 '분권화' 흐름이다.

산별노조를 통한 노사협상이 사업장별로 서로 다를 수밖에 없는 이해를 모두 반영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시행착오를 통해 깨달은 결과다.

일본 제조업의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대표적 '신기(神器)'로 꼽히는 것 중 하나가 기업별 협상의 전통이다.

도요타 혼다 등 일본 자동차회사 노조는 1950년대 좌파운동에서 벗어난 뒤 협력적 노사관계를 굳건히 구축했다.

도요타의 경우 고용보장을 전제로 노조가 임금을 동결하자고 먼저 제안할 정도다.

최근 산별노조 교섭체제가 강화될 조짐인 한국과는 정반대다.

BMW 아우디 폭스바겐 등이 자리잡은 독일에선 2000년 이후 산별노조 교섭의 전통에서 벗어나 분권화와 기업중심주의가 확산되고 있다.

IG메탈은 사업장 형편에 따라 산별노조 협약 적용 유보 또는 유연한 적용을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

미국도 강성 산별노조로 인해 자국 자동차산업이 경쟁력을 잃었다는 반성을 토대로 새로운 노사교섭 문화가 모색되고 있다.

전미자동차노조(UAW)가 GM 자회사 새턴과 기존의 산별협약과는 별도의 협약을 맺은 게 대표적 예다.

미국은 노조가 경영권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데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해외투자나 신규 설비도입 등의 핵심 경영사항까지 조합과 협의할 것을 요구하는 한국의 금속노조와 대비된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