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만 더 일찍 구조작업을 시작했으면 훨씬 많은 사람을 구할 수 있었을 텐데….

이곳 상황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하지만 국적이나 이념을 떠나 한 사람이라도 더 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지난 17일 새벽 1시에 중국 스팡시 쓰촨화비 암모니아 공장에 도착,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는 김영석 중앙119구조대 파견대장의 목소리에는 지친 기색을 찾아볼 수 없었다.

도착 후 한 시간가량밖에 잠을 자지 못한 대원들도 생존자 찾기에 분주한 모습이었다.

장비 설치 후 본격적인 탐사를 시작한 이날 오전 6시부터 오후 2시까지 6구의 시신을 수습했다.

하나같이 중국 재난구조대원들이 위험하다고 접근을 꺼리는 붕괴 직전의 건물에 뛰어들어 발굴한 시신이었다.

김 대장은 "첨단 장비를 많이 갖고 있는 데다 대원들의 사명감도 높아 위험지역이라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공장에 파견된 한국 구조대원은 41명.

2억원 정도의 보험에 들어 있다는 탐사견 두 마리와 함께 이들은 몇 개 조로 나뉘어 넓은 공장 안을 샅샅이 뒤지며 생존자를 탐색했다.

김 대장은 "만 75시간이 지나면 매몰자의 약 90%는 사망한다"며 일찍 작업에 참여할 수 없었던 것을 안타까워했다.

이날 마지막으로 찾은 시신은 가족기숙사에서 매몰된 50세 차오잉궈씨.

"본래 생존자 구출이 주요 임무지만 그의 부인이 제발 시신이라도 꺼내 달라고 무릎을 꿇고 애원하는 걸 외면할 수 없었다"고 김 대장은 말했다.

중앙119구조대는 중요 재난지역에 투입돼 인명을 구조하는 일종의 '특공대'다.

태국 쓰나미 재해 등 8차례 해외 원정 구조를 벌인 경험이 있다.

이들은 암모니아 냄새가 진동하는 공장 안에 임시 천막을 치고 구조작업을 벌이는 중이다.

112종의 장비 337점을 갖고 온 최정예 부대지만 숙식은 형편없었다.

"장비가 무거워 비행기 중량을 초과하는 바람에 할 수 없이 먹을 것과 침낭을 인천공항에 내려놓고 왔다"고 김 대장은 설명했다.

컵라면과 즉석밥 그리고 구운 김이 식량의 전부.

텐트 밑에 깔아야 할 바닥깔판을 이불로 쓰고 있었다.

김 대장은 "어려움이 있지만 한 명이라도 더 구조해 한국과 중국 간 우의를 다지는 가교 역할을 하고 싶다"며 "중국 외교부와 협의해 더 심한 재난지역이 있으면 그곳으로 달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스팡(중국)=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