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르크메니스탄의 수도 아슈하바트의 밤은 휘황찬란했다.

이란과의 접경 카라쿰 사막의 한가운데 위치한 이 도시는 칠흙 같은 사막의 밤을 형형색색의 건물조명과 네온사인으로 환하게 밝히고 있었다.

마치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온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킬 정도였다.

바둑판처럼 가지런하게 지어진 흰 대리석의 아파트 건물,프랑스 부이크사(社)가 일괄 시행했다는 박물관,모스크,공공기관 건물의 웅장하고도 아름다운 모습은 총리 순방단의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순방단을 안내한 전성오 문화관광부 홍보관의 말대로 '흰 대리석의 예술 도시'라 할 만했다.

거리를 걷는 사람들의 표정 역시 순박해 보이고 옷차림도 깔끔했다.

22년간 최고 지도자의 철권통치 아래 철저하게 외부와 단절된 상태에서 자급자족과 중립을 외치며 살아온 은둔국가 모습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풍경이었다.

수행단의 한 기업인은 투르크의 이런 모습을 '자원을 가진 중앙아시아의 북한'으로 간단히 정의했다.

철저하게 외부와 단절돼왔고,지도자가 절대 권력을 쥐고 있으며 완벽한 계획경제로 움직인다는 점에서는 북한과 닮은 꼴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나라는 자원을 가졌다.

전 국토의 80%에 석유와 가스가 깔려 있다.

어디든 구멍만 뚫으면 기름 아니면 가스를 뽑아쓸 수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먹고 사는 것은 별 걱정이 없다.

김종열 주(駐)투르크 대사는 "여기서는 전기 수도 가스가 공짜이고 일반인이 쓰는 차량에는 월 100ℓ의 휘발유가 무료 제공되고,공무원들은 집값의 절반을 지원받는다"고 소개했다.

이런 풍부한 자원이 대부분 미개발 상태로 남아있다.

자원을 찾아 떠난 한국 순방단으로서는 군침이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그러나 한 기업인은 "참 고민스런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2월 들어선 새 정부가 개방정책을 추진하면서 끌리는 것은 확실하지만,상황이 언제 바뀔지 리스크가 너무 크다는 것.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의 베팅을 하느냐, 아니면 투자를 위해 상황을 관망하느냐….

아슈하바트의 한국 기업인들은 고민하고 있었다.

아슈하바트(투르크메니스탄)=박수진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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